[스마트컨슈머]제화산업의 새 플랫폼… 맞춤 수제화 ‘맨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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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더디자이너

2년 전부터 구두브랜드 ‘맨솔’을 이끌고 있는 박기범 대표. 그는 구두 브랜드 엘칸토 창업주의 3세로 어린시절부터 구두의 가죽 냄새가 익숙했고 무크에서 MD로도 활약했다.

그는 “유명 제화 브랜드가 성수동 제화 공장을 장악하고, 공장에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대신 납품 단가를 떨어뜨리고, 공장 입장에선 다른 브랜드를 선택해도 다를 게 없고 물량을 소화하느라 다른 계약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구두를 만드는 수제화 장인들은 평생 비정규직 도급 지불제 및 근무시간 초과 등 불합리한 처우로 인해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이대로는 구두 산업 자체가 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제화산업의 잘못된 가치사슬 밸런스를 다시 세우기 위해 그가 선택한 해법이 유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제화 스타트업’, 바로 ‘불가능이 아닌 개선 가능성’에서 시작한 브랜드 ‘맨솔’이다. 우선 기존의 불합리적인 유통 구조 방식 개선을 위해 먼저 앞장섰다.

온라인 주문 방식을 통해 중간 유통마진을 없앴고, 최대한 백화점 입점은 하지 않고 있다. 판매가는 내리면서도 구두 장인들에게 더 많은 수익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방문 서비스를 신청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영업사원이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통해 고객의 평소 스타일을 파악,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해주고, 발 사이즈 측정을 통해 최적의 맞춤 수제화를 제작할 수 있는 맨솔만의 풋 프린트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후에는 상담 시 기록한 옵션과 사이즈를 토대로 30년 경험의 수제화 장인이 엄선된 최고급 가죽을 사용해 손수 구두를 제작하는데, 주문 후 배송까지 14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렇게 고객에게도, 공장 측에도 합리적인 유통 과정을 통해 거품을 제거하고 얻은 비용으로 제화 공장 측에 정당한 금액을 지불, 공장을 동등한 파트너사로 대우하며 장인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기술연구 등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나아가 맨솔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을 넘어서 더 많은 성수동의 공장들과 새로운 고객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며 침체된 성수동의 제화산업을 살리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에는 서울시 소재의 우수 강소기업에만 부여되는 2017 하이서울브랜드로 지정되기도 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구두브랜드#수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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