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보이지 않는 손’보다 국가 믿어라… 국가의 역할

  • 입력 2006년 11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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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역할/장하준 지음·이종태 황해선 옮김/496쪽·1만6000원·부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에 맡겨라!”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원리에 따라 정치적 개입을 줄이고 탈규제, 민영화, 개방 정책을 추구하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금과옥조(金科玉條)다.

하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는 우선 신자유주의의 성적표를 보자고 권한다. 1960∼80년 세계의 1인당 국민소득은 3.1% 증가했지만 신자유주의가 대세를 이룬 1981∼2000년대 소득 증가는 2%에 그쳤다. 이미 저자는 ‘사다리 걷어차기’(2003년)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정상에 먼저 오른 선진국이 후발주자인 후진국이 정상에 올라올 수 있는 수단을 빼앗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개발도상국의 1인당 소득 증가도 3%에서 1.5%로 떨어졌다. 수치가 싫다면 옆집의 청년 백수, 해고된 아버지를 보자.

머리띠를 두르고 반미를 외치며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싶어졌다면 일단 이 책을 읽어라. 대안이 없는 비판은 한계가 있으니까…. 과거 신자유주의자들이 케인스주의 등 국가개입주의를 이론적으로 비판했듯이 말이다.

저자의 대안은 ‘국가’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이론과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설명하면서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신성시하는 ‘가격의 객관성’은 사실상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가격은 임금과 이자율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임금은 이민 제한 등 정책 결정의 영향을 받고 이자율 역시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경기변동 조절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규제가 많으면 외국 기업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이는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국가 경제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론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강조하는 초국적 기업들의 해외투자 결정 요소는 규제 시스템보다는 그 나라의 시장 규모, 사회간접시설, 노동력 등 국민경제환경이다. 이들 요소는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국가가 사회적 개선에 헌신하는 착한 대리인이란 순진한 생각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이론은 옳지만 국가를 자기 이익 및 당파만 추구하는 대리인의 집합체로 몰고 가는 사고의 편향은 이론적 허점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을 맡길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뽑은 정부를 믿을 것인지.”

간단한 듯 보이지만 이 질문에는 수백 년간의 정치·경제적 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다. 원제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2003년).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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