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課稅]미술계,해묵은 논쟁 재연에 『발끈』

  • 입력 1997년 7월 28일 08시 19분


「서화 골동품 거래에 대한 소득세 부과」「대형건물 미술품설치 의무화제도 폐지」. 97년 여름, 미술계의 두 현안이다. 일은 정부가 먼저 시작했다. 이때문에 미술계는 뒤숭숭하다. 미술 관계자들은 두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가뜩이나 불황한파로 움츠러든 국내 화랑가가 파산상태에 직면,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꺾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세금문제. 국세청은 지난 95년말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부터 1백년 이상된 골동품이나 단가가 2천만원을 넘는 서화 거래액에 대해 10∼40%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내년중 전문감정사들이 참여하는 별도기구를 구성, 미술품 취득 및 양도가액 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국세청의 과세원칙은 미술품에 관해서도 요지부동이다. 미술계는 세무당국의 논리에 하자가 없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여건상 전면실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술애호가의 화랑접근을 봉쇄해 비정상적인 음성거래를 부추기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 한국미술협회(이사장 이두식) 화랑협회(회장 노승진) 고미술협회(회장 김종춘) 등 3개단체는 이달초부터 수시로 모임을 갖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고미술협회는 20일부터 한달간 일정으로 미술품 세금부과 철회를 요구하는 가두서명을 시작했다. 미협 이두식이사장은 『올 정기국회에 소득세법 개정 청원을 낼 방침』이라며 『해당조항의 완전삭제가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미술계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소한 10년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말했다. 미술품 과세는 지난 90년부터 8년째 끌어온 해묵은 현안. 「법개정―미술계 반발―유예기간 설정」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소득세법에 미술품의 양도소득세 조항이 삽입된 것은 90년말. 당시 화랑경기는 일부 유명화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투기 조짐이 보일 만큼 호황이었다. 93년초로 늦춰진 세금부과 시기는 고미술상과 화랑이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96년초까지 3년간 추가 유예됐다. 미술의 해인 95년말, 미술품 세금을 양도소득세에서 종합소득세로 바꾼 정부는 미술계 반발에 밀려 98년초부터 시행토록 했다. 2,3년에 한번꼴로 미술계와 세무당국이 홍역을 치른 것이다. 한때 경제규제 완화차원에서 폐지 위기에 몰렸던 대형건물 미술품 설치제도는 일단 현행유지로 가닥이 잡힌 상태. 정부 규제개혁추진회의로부터 대안제출을 위임받은 3인 소위원회는 23일 관계부처와 단체의 실무자를 불러 찬반 양론을 들었다. 제도존속 원칙에는 대체적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대상건물 면적과 미술품 설치금액의 비율을 조정하는 선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미술품 세금을 둘러싼 진통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 정부든 미술계든일시적인 미봉책에 만족하지 말고 차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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