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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화를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6〉

    참화를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6〉

    반딧불이 불빛이 작다 마시라. 그래도 어둠 속 내 마음을 밝혀 주나니.청풍(淸風)은 글자도 모르면서 왜 제멋대로 책갈피를 뒤적이는가.(莫道螢光小, 猶懷照夜心. 淸風不識字, 何故亂飜書.)―‘맑은 바람(청풍도·淸風濤)’ 서준(徐駿·?∼1730)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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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05〉

    무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05〉

    비단 소매 휘날리자 향기는 끝없이 피어오르고, 붉은 연꽃 하늘하늘 가을 안개 속에 피어난 듯.산 위의 가벼운 구름 잠시 바람에 흔들리듯, 여린 버들 연못가에서 살짝 물결을 스치듯. (羅袖動香香不已, 紅蕖裊裊秋煙裏. 輕雲嶺上乍搖風, 嫩柳池邊初拂水.) ―‘장운용의 춤에 보내는 노래(증장운…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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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이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204〉

    봄날의 이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204〉

    술잔 앞에 두고 돌아갈 날 알리려는데, 말도 꺼내기 전 고운 임이 목메어 울먹인다.인생이 원래 정에 약해서 그렇지, 이 응어리가 바람이나 달과는 아무 상관없지.이별가로 새 노래는 짓지 말게나. 옛 곡 하나로도 애간장이 다 녹아나거늘. 낙양성 모란이나 실컷 즐기세. 그래야 봄바람과도 쉬…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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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평을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3〉

    혹평을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3〉

    허공에서 떨어지는 천 길 곧은 물줄기, 우레 소리 내며 쉼 없이 강으로 흘러드네.예나 지금이나 흰 비단 자락 휘날리듯, 한 줄기 폭포수가 푸른 산빛을 가르네.(虛空落泉千仞直, 雷奔入江不暫息. 今古長如白練飛, 一條界破靑山色.)―‘여산 폭포(廬山瀑布)’ 서응(徐凝·당 중엽)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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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달랐던 큰 그릇[이준식의 한시 한 수]〈202〉

    남달랐던 큰 그릇[이준식의 한시 한 수]〈202〉

    산은 가깝고 달은 멀기에 달이 작다고 생각해서이 산이 저 달보다 크다고들 말하네. 사람이 하늘만큼 큰 안목을 가졌다면아마도 산은 작고 달은 더욱 장대해 보이리.(山近月遠覺月小, 便道此山大於月. 若人有眼大如天, 還見山小月便闊.)―‘산방에 가린 달(폐월산방·蔽月山房)’ 왕수인(王守仁·14…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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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다른 골목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1〉

    막다른 골목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1〉

    굶주림이 나를 밖으로 내몰지만, 어디로 가얄지 알 수 없구나.걷고 또 걸어 도착한 이 마을, 대문 두드리고는 우물쭈물 말을 못한다.주인이 내 마음 알아채고, 음식을 내왔으니 헛걸음은 아니로다.종일토록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술이 나와 드디어 잔까지 기울인다.새로 사람을 사귄 흐뭇한 마…

    •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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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요풍의 한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0〉

    동요풍의 한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0〉

    반짝반짝 밝디밝은 모습으로, 연못이나 대숲 가에 살지. 어지러이 날 땐 불을 끌고 가는 것 같지만, 한데 다 모여도 연기는 나지 않지. 가랑비 뿌려도 사라지지 않고, 미풍이 불 때면 불타는 듯하지. 옛날엔 책상 위에다, 자주 주머니에 담아 매달아놓았지.(熠熠與娟娟, 池塘竹樹邊. 亂飛如…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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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곡한 청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9〉

    완곡한 청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9〉

    조정에 못 나간 지 이미 오래, 고향집에 머물며 편안하게 잘 잔다오.새벽꿈에 아득히 수도까지 갔었는데, 깨어 보니 초승달 걸리고 성 가득 닭 울음소리.되짚어보니 꿈속 우리의 대화 귓전에 쟁쟁한데, 덧없는 인생 꿈만 같군요.산도(山濤), 왕융(王戎)처럼 이제 존귀해지신 그대, 대숲 새 …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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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풍류객의 허세[이준식의 한시 한 수]〈198〉

    한 풍류객의 허세[이준식의 한시 한 수]〈198〉

    화려한 대청에서 열리는 오늘 이 성대한 연회,어느 분이 낙양 감찰어사인 이 몸을 초대하셨나.갑자기 허튼소리 한마디 했더니 온 좌석이 놀라고양쪽에 즐비한 미녀들 일제히 나를 돌아보는구나.(華堂今日綺筵開, 誰喚分司御史來. 忽發狂言驚滿坐. 兩行紅粉一時回.)―‘병부상서의 초대연에서 짓다(병부…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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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곡한 술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197〉

    간곡한 술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197〉

    남쪽 동산 위 작은 정자, 조금씩 산꽃들이 차례로 피고 있으니내 다정한 친구 웅소부여, 쾌청해도 꼭 오시고 비가 와도 꼭 오시게.우리 마음껏 술잔을 기울이세. 푸른 이끼 위에 앉더라도 봄옷이 물들까 아까워 마세.내일 아침 비바람이 지나가겠거니 기다렸다간, 우리가 서로 멀리 헤어지거나 …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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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선비의 자부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196〉

    젊은 선비의 자부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196〉

    대붕은 언젠가 바람과 함께 일어나, 회오리바람 타고 구만리 높이 솟구치리.바람이 멎어 아래로 내려오면, 날갯짓으로 바닷물도 뒤집을 수 있으리.사람들은 유별난 내 행동을 보거나, 내가 큰소리치는 걸 듣고 냉소를 보내지만공자도 후배를 경외할 줄 알았나니, 대장부라면 절대 젊은이를 홀대하지…

    •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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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195〉

    매화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195〉

    꽃 피었다는데 봄은 아직 오지 않았고, 눈 내렸다 하는데 그 향기가 유별나다. 대숲 밖 비스듬히 뻗은 가지, 어느 시골집.쓸쓸한 초가든 부귀한 고대광실이든, 심은 장소는 서로 다를지라도 꽃이 피는 건 매한가지. (道是花來春未, 道是雪來香異. 竹外一枝斜, 野人家. 冷落竹籬茅舍, 富貴玉堂…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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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운 영혼[이준식의 한시 한 수]〈194〉

    자유로운 영혼[이준식의 한시 한 수]〈194〉

    장생불로의 단약(丹藥)도 짓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으리. 장사도 하지 않고, 밭갈이 또한 하지 않으리. 한가로울 때 산수화 그려 팔지니, 세상의 때 묻은 돈은 벌지 않으리.(不煉金丹不坐禪, 不爲商賈不耕田. 閑來寫就溪山賣, 不使人間造孼錢.) ―‘포…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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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3〉

    한 해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3〉

    하늘 끝에 머무는 나그네들이여, 가벼운 추위인데 뭘 그리 걱정하시오.봄바람은 머잖아 찾아오리니, 바야흐로 집 동쪽까지 불어왔다오.(寄語天涯客, 輕寒底用愁. 春風來不遠, 只在屋東頭.)―‘제야, 태원 땅의 극심한 추위(제야태원한심·除夜太原寒甚)’ 우겸(于謙·1398∼1457)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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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갸륵한 말본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92〉

    갸륵한 말본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92〉

    옥을 다듬은 듯 잘생긴 사내 왕정국(王定國)을 늘 부러워했거늘, 마침 하늘이 그에게 온화하고 예쁜 낭자를 내려주었지. 낭랑한 노랫소리 고운 이에서 나와, 바람을 일으키면 눈발이 뜨거운 바다에 날리듯 청량하게 바뀐다고들 말하지.만릿길 먼 남쪽에서 돌아왔지만 얼굴은 더 젊어 뵈고, 미소 …

    •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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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훈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1〉

    훈훈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1〉

    젊어서도 생계 걱정 안 했거늘, 늙어서 그 누가 술값을 아끼랴.만 냥 들여 산 술 한 말, 마주 보는 우리 나이 일흔에서 삼년 모자라네.한가로이 술잔 돌리며 고전을 논하는데, 취해서 듣는 맑은 읊조림이 풍악보다 좋구나.국화 피고 우리집 술이 익으면, 다시금 그대와 함께 느긋하게 취해 …

    •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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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격의 추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190〉

    파격의 추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190〉

    기녀를 데리고 동토산에 올라, 슬픔에 잠긴 채 사안(謝安)을 애도하다.오늘 내 기녀는 꽃처럼 달처럼 이쁘건만, 저 기녀 옛 무덤엔 마른풀만 싸늘하다.꿈에서 흰 닭을 본 후 세상 뜬 지 삼백 년, 그대에게 술 뿌리니 우리 함께 즐겨 봅시다.취한 김에 제멋대로 추는 청해무(靑海舞), 자줏…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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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쓰러운 인정세태[이준식의 한시 한 수]〈189〉

    안쓰러운 인정세태[이준식의 한시 한 수]〈189〉

    내가 돈이 많으면 마누라와 아이는 내게 참 잘하지.옷 벗으면 날 위해 차곡차곡 개주고, 돈 벌러 나가면 큰길까지 배웅해주지.돈 벌어 집에 돌아오면 날 보고 함박웃음 지으며, 내 주변을 비둘기처럼 맴돌며 앵무새처럼 조잘대지.어쩌다 한순간 가난해지면 날 보고는 금방 싫은 내색.사람은 아주…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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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보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8〉

    어떤 보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8〉

    그리운 그대, 결국 어디에 가 계신지. 슬픔에 젖어 아득한 형주 땅 바라봅니다.온 세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저를 발탁하신 지난 은혜 평생 간직할 겁니다.전 이제 곧 농사일에 뛰어들어, 경작하며 전원에서 늙어갈 겁니다.남으로 나는 기러기 한없이 바라보지만, 무슨 수로 한마디라도 …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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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관의 불만[이준식의 한시 한 수]〈187〉

    간관의 불만[이준식의 한시 한 수]〈187〉

    발걸음 나란히 붉은 계단을 올라, 황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부서가 갈렸지요.새벽이면 황실 의장대 따라 들어와, 저녁엔 황궁의 향내를 묻힌 채 돌아왔고요.백발 되니 낙화에도 서글퍼지고, 푸른 구름 아득히 나는 새가 부럽기만 합니다.태평한 조정이라 실책이 없어서일까요. 간언 상소가 드물어…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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