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시설 가동 재개]미국정부 대응

  • 입력 2002년 12월 13일 01시 14분


북한이 제네바 합의에 따라 동결해온 영변의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는 핵폭탄급 선언을 함에 따라 미국은 93, 94년 북핵 위기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달을 것이 우려되는 한반도 안보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핵 위기 당시 영변의 핵 관련시설에 대한 ‘국지적 폭격(surgical strike)’을 고려하다 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대화의 물꼬를 찾아 결국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에 대해 훨씬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온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과 전쟁을 감수하는 군사작전 중 하나로 극히 제한적이다. 더욱이 미국은 북한이 10월 초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한 이후 이에 관해 북한과 협상을 벌이지 않겠다고 이미 천명한 데다 이라크와의 전쟁 준비에 발목이 묶여 있기 때문에 선택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먼저 북한에 대해 핵시설을 실제로 재가동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한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의를 통해 공동대처 방안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직간접적 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내려질 미국의 결정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제네바 합의에 관여했던 한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하에 동결해 놓은 영변 핵시설을 실제로 재가동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반대가 있더라도 대북 군사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반도의 2003년 위기론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벌였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손에 넣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은 한국이 보게 될 피해를 고려할 때 실행키 어렵다”며 “미국은 국제협력을 통해 다른 대북 제재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선택은 궁극적으론 북한의 선택과 맞물려 있다.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북한은 불과 몇주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획득할 수 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이 이것이라면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강경한 수를 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핵개발 엄포 카드를 꺼낸 것이라면 94년 북핵 위기 때처럼 종국엔 북-미관계의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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