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80년 김 의원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고 있을 때였다. 김 의원은 당시 안기부 수사관이었던 정씨가 넣어주는 사식을 먹을 정도로 도움을 받았다.
그로부터 18년뒤인 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집권한 뒤 국정원은 대대적인 인적쇄신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수백명의 직원들이 대기발령을 받았고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옷을 벗었으나 정씨는 대기발령을 받았음에도 이례적으로 구제됐다.정씨는 당시 여권 실세들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벌였고 김 의원은 도 정씨를 위해 ‘보은’ 차원에서 국정원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여권의 한 인사는 “당시 국정원 고위간부들은 외부 청탁을 사양키로 합의까지 했으나 정씨를 구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가 지난해 4·13 총선 직전 진승현씨와 함께 김 의원의 목포지구당에 찾아가 선거자금을 건네려 한 것도 이런 인연에 바탕한 것이었으나 김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진승현 게이트가 터지고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정씨는 지난달 20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의원 문제를 거론하면서 김 의원을 압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바로 다음날인 21일 “정씨가 돈을 가지고 찾아왔으나 돌려보냈다”고 말해 정씨의 로비시도 사실을 확인했다. 일종의 반격이었던 셈이다.
이에 정씨는 다시 김 의원측에 전화를 걸어 “의원님의 발언을 번복해달라.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고 사정했으나 김 의원측은 “한 번 한 얘기를 어떻게 주워담느냐”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