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정운영 방향]李총재 출국전 회담 간접 제의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4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전남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앞으로 경제경쟁력 강화, 민생안정 실현, 남북관계 개선 등 3대 과업과 월드컵 축구대회, 부산 아시아경기 및 장애인경기대회, 지방자치선거, 대통령선거 등 4대 행사에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어 “남은 1년여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다음 정부가 부담 없이 정권을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김 대통령이 ‘사심 없는 임기 마무리’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총재직 사퇴에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의구심이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 하지만 측근들은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와의 회담이 분수령〓청와대 측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영수회담이 김 대통령이 지향하는 ‘초당적 국정운영’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측에 이 총재가 22일 러시아 방문 등을 위해 출국하기 전이라도 회담을 할 수 있다는 뜻을 간접 경로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이 총재와의 회담에서 총재직 사퇴가 ‘국정 전념’을 위한 조치였음을 설명하고, 교원정년 및 남북협력기금과 관련한 야당의 법 개정 움직임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등거리 국정운영〓청와대 측은 초당적 국정운영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국정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통령이 당적은 보유하되, 국가 정책에 관해서는 초당적인 위치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미국식 스타일이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준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야당 측이 김 대통령의 당적이탈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야당의 즉각적인 협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협조마저 상실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야당의 협조를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총재직 사퇴의 배경〓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4일부터 3일간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 중 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루나이를 방문했을 때 이상주(李相周)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선호(柳宣浩) 정무수석비서관이 작성해 보낸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는 ‘인적쇄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민주당의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할 것’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으며, 김 대통령은 이를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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