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에이즈 바이러스 노출 급증…올 상반기 23명 상처입어

  • 입력 2001년 11월 9일 06시 25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이 에이즈(AIDS)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부주의로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노출되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20여명의 의사와 간호사 등이 에이즈 환자에게 사용한 주사 바늘에 찔리는 등의 사고로 상처를 입고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간 치료약을 복용했거나 복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감염내과 강문원(姜文元) 교수가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전국의 14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최근 10년 동안 국내 의료인의 HIV 노출 실태 및 사후 처치를 국내 최초로 실증적으로 연구 조사한 끝에 밝혀냈다.

조사 결과 9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다가 HIV에 노출된 의료인은 모두 48명이며, 간호사가 22명으로 가장 많고 의사 20명, 임상 병리사 3명, 기타 3명 등이다.

특히 92년부터 99년까지 매년 1∼3명이던 의료인의 HIV 노출 사례는 지난해 12명으로 갑자기 늘어났고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3명이 추가되는 등 최근 2년 동안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강 교수는 HIV에 노출된 48명 가운데 35명이 에이즈 환자의 혈액 채취에 사용한 주사 바늘이나 상처를 꿰매는 봉합용 바늘에 찔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나 각종 분비물이 의료인의 눈이나 입 등의 점막이나 피부에 튀거나 묻은 경우였다는 것.

또 48명 중 39명은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간 치료제를 복용했거나 복용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9명은 노출 정도나 유형으로 볼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돼 치료를 받지 않았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에이즈 환자가 사용한 주사바늘에 찔린 경우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0.3% 수준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현재까지 HIV에 노출된 의료인 중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없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머지 않아 HIV에 노출돼 에이즈에 감염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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