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성장위한 인프라가 없다… 머니게임만 기승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39분


벤처투자를 늘리기 위해 올들어 10월말까지 결성된 벤처투자조합 기금은 6169억원. 연말까지 5375억원이 추가되면 총 규모는 1조1000억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이처럼 벤처투자 재원이 늘면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벤처 생태계’가 중병(重病)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투자로 활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라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김정호 수석연구원은 “한국 벤처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정책이 양적 성장 위주로 흘러 벤처 생태계의 자생력이 실종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조급한 정책 추진이 100년만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 갑작스런 돈벼락에 벤처산업이 ‘머니게임’으로 변질되면서 기술개발에만 전념하는 벤처기업이 뒷전으로 몰리는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했다.

옥석도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바탕 투기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벤처업계는 올들어 취약한 벤처 인프라와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10월말 현재 국내 벤처기업수는 1만911개. 9월 중소기업청이 폐업이나 부도로 문을 닫은 벤처기업 140개에 대해 벤처지정을 취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폐업 위기에 몰려있다. 이들 기업이 회생하지 못할 경우 벤처기업에 투자된 10조원 이상의 프리코스닥 자금도 고스란히 날라가는 셈이다.

곽성신(郭聲信)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코스닥의 투명성 강화 등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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