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내 북핵대응 비판론, 對北정책 변화 신호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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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국가의 주요 정책을 재검토하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한 달 앞두고 대북(對北)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공개 발언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정치학원장은 9일 홍콩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전쟁이 현실 가능성이 됐기 때문에 중국은 반드시 한국 미국과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위기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정치평론가인 덩위원(鄧聿文)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원은 16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석유 금수 조치 이후에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중국의 체면에 먹칠을 한다면 신중해야 하지만 식량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자 원장은 중국 공산당의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으로 중국 안팎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그가 중국 정부의 공식 대북 정책인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 즉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에 진행하라는 정책은 맞지 않다고 공개 비판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기관지 쉐시(學習)시보의 부편집장이었던 덩 연구원 역시 개혁성향의 유명 평론가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듯하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다시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며 대북 원유 금수에도 반대하자 비중 있는 인사들이 작심한 듯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둘 다 중국이 무시하기 어려운 전문가들이어서 북핵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한 중국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이번 당 대회는 시 주석이 단일 권력체제를 지향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다.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구현을 추구하는 시 주석이라면 이들의 발언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중국 인민들의 샤오캉을 저해하는 ‘전략적 부담’인 마당에 시 주석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을 감싸서도 안 될 일이다. 자 원장에 대해서 주즈화(朱志華) 저장성 당대국제문제연구회 부회장은 11일 기고문을 통해 “(자 원장의 생각은) 한반도 위기의 책임이 북한과 중국에 있다는 것으로 결코 한반도에 전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결정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반박했다. 중국 정부가 공안 출신의 무명 학자까지 동원해 자 원장의 주장을 반박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중국의 미묘한 변화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기고 있지만 핵을 지닌 북한이 중국에 얼마나 큰 부담인지, 중국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핵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는 자 원장 같은 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전방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중국 북핵대응 비판론#중국 제19차 전국대표대회#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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