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골마을 내슈빌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다리 있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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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17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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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한 다리 ‘게이트웨이브리지’. 이 다리의 또 다른 이름은 ‘한국 참전용사 기념다리’다. ©뉴스1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한 다리 ‘게이트웨이브리지’. 이 다리의 또 다른 이름은 ‘한국 참전용사 기념다리’다. ©뉴스1
미국 테네시주 중부에 위치한 ‘컨트리 음악의 도시’ 내슈빌. 미국인에게 ‘음악의 도시’로 알려진 이곳은 한때 대다수 미국 컨트리 음반이 만들어진 곳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현재까지도 120여개의 라이브 공연장에서 매일 밤 공연이 열린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낯선 이 도시에 한국전쟁(6·25전쟁) 참전용사를 기리는 거리와 다리가 있다. 왜일까.

내슈빌 ‘게이트웨이브리지’는 지난 1996년 미국 남부를 가로지르는 컴벌랜드 강 위에 세워진 다리다. 이 다리는 지난 2004년 전면 개보수를 마치고, 2006년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다리’(Korean War Veterans Memorial Bridge)로 이름을 바꿨다.

이 다리 끝에 이어지는 도로는 다리 이름을 따 ‘한국전쟁 참전용사대로’(Korean Veterans Blvd)로 명명됐다. 유명 호텔이 즐비한 도심에 있다보니 내슈빌에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이 도로를 안내하는 녹색 표지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내슈빌 한인회와 시(市)의 합작품이다. 내슈빌 한인회 측은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땅한 이름이 없는 이 다리를 6·25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기념물이자 한·미 우정의 상징으로 삼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시가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장진호 전 내슈빌 한인회 회장(현 내슈빌 한인노인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 다리와 얽힌 여러 이야기를 풀어놨다.

내슈빌 한인회는 시가 다리를 개보수하기 전, 다리 아래 공터에 ‘무궁화공원’을 만들었다. 내슈빌 시는 “빈 땅에 무궁화를 심어 공원을 조성하고 싶다”는 한인회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공원은 시가 그 자리에 시민공원(컴벌랜드 공원)을 세우기 전까지 한인회에 의해 관리됐다.

장 회장은 “무궁화는 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꽃으로, 한인들이 뒤뜰에 핀 무궁화를 보고도 무궁화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우리 국화인) 무궁화를 여기서 한번 제대로 키워보자’ 해서 다리 아래 빈 땅에 무궁화공원을 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리 반대편에는 ‘한국전쟁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데이비드슨 카운티 출신 사람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전쟁 에 참전해 전사한 주민들의 명단이 적혀있다. ©뉴스1
다리 반대편에는 ‘한국전쟁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데이비드슨 카운티 출신 사람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전쟁 에 참전해 전사한 주민들의 명단이 적혀있다. ©뉴스1

내슈빌 시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한인회는 무궁화동산을 기획·운영했던 계기와 내슈빌 참전용사회와의 교류 등을 기회 삼아 시에 “참전용사 다리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한인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내슈빌 시는 그 자리에서 제안을 수락했다.

장 회장은 “당시 애틀랜타 총영사관 주최로 미국 참전용사들과의 만남이 1년에 1회 정도 개최됐다”며 “내슈빌 한인회 측에서도 이 자리에 몇 번 참석하며 그들과 접촉했고 (한인회 차원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하거나 전통공연을 선보이기도 하면서 관계를 쌓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다리와 대로가 생기다 보니 이 시골 마을에서 ‘한국’에 대한 위상도 절로 높아졌다. 나아가 한국 기업이 내슈빌 인근에 속속 미국 공장을 세우면서 현지 시민들의 한국 사랑도 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7년 미주법인을 내슈빌로 이전하고, 같은 해 내슈빌 북쪽 지역에 있는 클라크스빌에 타이어 생산공장을 세웠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클라크스빌에 세탁기공장을 열었다. LG전자가 미국 현지에 생활가전 공장을 지은 건 이곳이 처음이다.

장 회장은 “내슈빌 인근에 LG전자, 한국타이어 등 한국기업이 공장을 세우면서 일자리가 최소 1만5000개가 창출됐다고 들었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몸소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에게 길을 물으면 대충 답변하고 그냥 지나가곤 했는데, 요즘은 ‘한국사람이냐’고 묻고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길을 알려주고 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미국 전역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들썩이고 있는데,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와 달리 이곳은 촌이라 기생충을 알 리가 없음에도 요즘은 현지인이 먼저 ‘너 기생충 봤니’라고 먼저 물어보고 ‘안 봤다’고 하면 ‘빨리 보라’고 다그친다”며 “한국 기업이 테네시주에 들어오면서 (현지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커졌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라며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내슈빌(미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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