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헬기서 이상 진동 반복…“사고 전 철저 예방 중요”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7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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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4일 육군 수리온 헬기 강원 양구군 예방 착륙
11월23일 해군 와일드캣, 기동 중 진동으로 착륙
작년 7월 수리온 개조 마린온, 추락 사고 5명 사망
방산업계 관계자 "헬기는 구조 상 진동 불가피"
장영근 "인간이 만든 기계 중 헬기 가장 불안정"

우리 군이 운용하는 헬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진동이 발생해 비상 착륙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군은 같은 기종 헬기의 운항을 전면 중지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거듭되는 헬기 이상에 따른 불안감을 모두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육군 모 부대 소속 수리온 헬기가 강원 양구군 일대에서 훈련하던 중 원인 미상의 진동이 감지돼 양구군 군 비행장에 예방 착륙했다. 육군은 원인 파악 시까지 해당 기종 운항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수리온(KUH)은 국내에서 개발된 첫 기동헬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수리온은 2009년 시제 1호기가 출고됐다. 개발비로 1조3000억원이 들었다. 2010년 3월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동체 길이 15m, 높이 4.5m, 너비 2m다. 최대 이륙중량은 8709㎏이다.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59㎞다. 중무장 병력 9명을 태우고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지난 23일에는 해군 모 부대 소속 와일드캣(AW-159) 해상 작전 헬기가 원인 미상 진동으로 소속 기지에 예방 착륙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해군은 와일드캣 기종에 운항 중지 명령을 내렸다.

와일드캣은 해군이 운용 중인 해상작전헬기다. 해군은 2016년 6월과 12월 와일드캣 8대를 인수해 2017년 2월부터 영해 수호 임무에 투입하고 있다. 와일드캣은 호위함 등 전투함에 탑재돼 대잠전·대함전·해상정찰 임무 등을 수행한다. 길이 15.22m, 높이 4.04m, 최대 속도는 시속 259㎞다. 적 수상함과 잠수함에 대항하는 대함·대잠 작전과 대테러 작전 지원, 병력 수송 등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제작사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다.

우리 군은 두 사례 모두 이상 진동 감지와 그에 따른 비상 착륙, 동일 기종 전면 운항 중지로 이어지는 닮은꼴 대응을 했다. 이 같은 대응은 지난해 마린온 헬기 추락으로 인한 인명 피해 후 헬기에 대한 우리 군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지난해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추락해 해병대 장병 5명이 숨졌다. 마린온 2호기는 7월17일 포항공항에서 정비를 마친 뒤 정비 상태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비행을 하다 13.7m 상공에서 추락했다. 사고 원인은 프로펠러에 동력을 전달하는 로터마스트의 불량과 균열 때문이었다.

마린온은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된 상륙기동헬기로 지난해 1월 해병대에 첫 도입됐다. 마린온은 지상·함정 기지국과 교신을 위한 장거리 통신용 HF 무전기, 전술항법장치, 보조연료탱크 등이 탑재돼있으며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65㎞다.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고 7.62㎜ 기관총 2정을 장착했다. 최대 탑승 인원은 9명이다. 제작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다.

마린온 사고에서 주목할 대목은 해당 헬기가 추락 전 진동 때문에 집중 정비를 받았다는 점이다. 마린온은 지난해 7월1일부터 5일간 정기 점검을 받았지만 진동이 제어되지 않았다. 5~13일과 사고 당일인 17일에 걸쳐 추가 정비와 시험 비행이 이뤄졌다.

민·관·군 합동조사 결과 마린온의 진동 자체가 로터마스트의 균열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헬기 진동이 추락 등 사고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 역할은 한 셈이다. 이 때문에 각 군 헬기 조종사들은 이상 진동을 느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예방 착륙을 하고 이 사실을 군 지휘부에 알리고 있다.

방위산업 업계는 헬기 진동에 대한 조종사들의 예민한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2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예방 착륙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안전을 위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내린 것”이라며 “임무 중에도 이상이 있으면 체크해야 한다. 묵과하고 조치를 안 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헬리콥터 자체가 고정익 항공기(동체에 날개가 고정돼있는 비행체)와 달리 복잡하다. 엔진이 캐빈(객실)에 달려 있어서 구조적으로 진동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헬리콥터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선진 헬리콥터 업체들도 사고 없는 기종이 없다. 사고 속에 기술이 레벨 업 되고 발전한다”며 “다만 작은 것이라도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진동 자체보다 진동 감지 후 대응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헬기는 원래 진동이 심하다. 헬기는 인간이 만든 기계 중 가장 언스테이블(불안정)하다고 한다. 진동은 당연한 것”이라며 “여태 잘 운용했더라도 한 개라도 이상이 나타나면 같은 기종 운항을 중지하게 된다. 분석을 해서 원인을 찾고 해결되면 운항을 재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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