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면 어때, 또 가면 어때…여행의 가치가 바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일 05시 45분


클래식 축제 ‘루체른 페스티벌’로 유명한 스위스의 인기 관광지 루체른.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YOLO(You Only Live Once)’ 붐과 중장년층의 자유여행 선호도와 맞물리면서 해외여행에서도 인생에 남을 좋은 경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제공|스위스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클래식 축제 ‘루체른 페스티벌’로 유명한 스위스의 인기 관광지 루체른.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YOLO(You Only Live Once)’ 붐과 중장년층의 자유여행 선호도와 맞물리면서 해외여행에서도 인생에 남을 좋은 경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제공|스위스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비용절감 보다는 가치소비로 해외여행
중장년 자유여행·식도락 투어 등 증가
새로운 설렘 넘어 힐링·재충전도 중시

유럽의 스위스는 물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맥도널드의 햄버거 세트 가격이 1만3000원이 넘고 생수 1리터는 6000원대, 관광객들이 애용하는 스위스 트래블 패스는 가장 선호하는 4일짜리가 2등석 기준으로 33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왕복항공료와 숙박료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동남아 여행 경비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스위스는 현재 한국 방문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2014년 40%, 2015년 22%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고,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스위스 방문객은 8%나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가 매년 개최하는 관광캠페인 발표식에는 몇 년 전부터 스위스 현지에서 14개 지역 관광 관계자들이 모두 방한, 한국 방문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 비싼 곳?…가치 있으면 기꺼이 지갑 연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가성비’는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주요 원칙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와 반대로 비록 경비가 비싸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더라도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의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비행시간 길고 숙박, 교통, 식비 등 여행경비 면에서 가성비가 ‘최악’인 스위스가 인기여행지로 자리잡은 것도 가치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실제로 스위스정부관광청의 조사에 따르면 3일 이상 머무는 관광객을 가늠할 수 있는 스위스 트래블 패스 판매에서 한국 관광객 증가율은 지난해 27%나 됐다. 유럽 여러 나라를 도는 투어에서 그저 하루, 이틀 들리는 것이 아닌 아예 3∼4일 이상 체류하며 스위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 여행엔 적령기가 없고, 좋은 곳은 또 간다

요즘 해외여행 시장에서는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소비자, 이른바 타깃 오디언스의 구분이 불분명해졌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의 자유여행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꽃보다 할배’ 같은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여행지와 일정을 직접 짜서 혼자 또는 부부나 친구들과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래서 여행사마다 자유여행 상품을 구성할 때 젊은층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중장년층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즐기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40·50대 여성을 가리키는 ‘루비족’을 위한 패션, 식도락 투어 상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행은 새로운 곳을 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다. 전에는 전에 갔던 곳을 또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면 다시 찾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새로운 곳에서 느끼는 설렘 못지않게 익숙한 지역에서 누리는 힐링과 재충전도 여행의 가치로 중시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지난해 한국인 방문객 중 재방문자가 32%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각 나라의 해외관광객 유치전략도 새로운 시장 개발 못지않게 리피터(재방문자)의 증가에 많은 비중을 들이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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