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위 대신 마이클로 불러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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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대 맞게 친근감 주고싶어”… 양천署 목1지구대 박상진씨 개명

지난달 개명한 서울 양천구 목1지구대 박마이클 경위.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개명한 서울 양천구 목1지구대 박마이클 경위.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양천구 목1, 5동을 관할하는 양천경찰서 목1지구대에는 ‘마이클’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구청에 개명 신고를 한 박마이클 경위(5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남 무안군이 본적인 그의 본래 이름은 박상진. 50년 넘게 써온 이름 대신 마이클이라는 이색 이름표를 단 그를 13일 지구대에서 만났다.

이날 오후 8시경 한창 근무 교대를 준비하던 박 경위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라고 개명 이유를 설명했다. 마이클이라는 이름은 1983년 고교 졸업 후 그가 미국 친척집에 머물 당시 외국인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마이클이라는 캐릭터처럼 그의 이미지 또한 친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귀국 후에도 가족에게 자신을 마이클로 불러 달라고 할 정도로 이름에 애착을 가졌던 그가 정식 개명을 결심한 건 2013년. 목2지구대에 이어 목1지구대로 두 번째 지구대 근무를 하게 되면서다. 박 경위는 “지구대 근무 특성상 대민(對民) 업무가 많은데 마이클이라고 하니 동네 주부, 학생들의 호응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목1지구대는 관내 학교만 11곳이 될 정도로 대표적인 학교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아내도 설명을 듣더니 개명을 지지해 줬다.

쉰이 넘은 나이에 이름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박 경위는 “2013년 법원 허가를 받은 뒤에도 휴대전화 목록에 있는 지인 800여 명에게 일일이 찬반 의사를 묻다 보니 (구청 신고까지) 2년이 걸렸다”고 했다.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 이름 영어 표기는 ‘Michael’이 아닌 ‘Maikeul’로 했다.

25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해온 박 경위의 인생은 새 이름과 함께 2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박마이클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주민 모두가 즐거워지는 게 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박마이클#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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