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국적 사유와 지성이 필요한 시대… 우리 철학자 35人의 지혜를 만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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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사/전호근 지음/896쪽·3만8000원·메멘토

저자는 한국이 뛰어난 사상가를 많이 배출한 ‘철학자의 왕국’이었다고 평가한다. 왼쪽 위부터 원효, 정도전, 왼쪽 아래부터 박지원, 장일순. 동아일보DB
저자는 한국이 뛰어난 사상가를 많이 배출한 ‘철학자의 왕국’이었다고 평가한다. 왼쪽 위부터 원효, 정도전, 왼쪽 아래부터 박지원, 장일순. 동아일보DB
철학이란 말을 들으면 대부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칸트, 데카르트, 비트겐슈타인 등 서구의 인물과 사상이 떠오를 것이다. 반면 한국철학이란 단어를 접한다면? ‘우리만의 고유한 철학이 존재하는가’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위대한 철학의 역사가 있지만 봉건적 관념이나 과거의 지배 이데올로기, 아무 쓸모없는 학문으로 매도해 왔다는 것이 저자인 전호근 경희대 교수의 주장이다.

이 책은 한국이 1300년간 탁월한 불교사상가와 세계적인 유학자를 배출해 온 ‘철학의 왕국’이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신라 승려 원효부터 고려시대 지눌과 이규보, 조선 이황 정약용 박지원 등을 비롯해 한국철학사에서 잘 다루지 않던 일제강점기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신남철 박치우, 종교 사상가 또는 시민운동가로 분류돼 온 유영모 함석헌 장일순 등 35명을 철학적 관점으로 재조명했다.

책의 장점은 명확하다. 고대, 중세, 근대의 국내 철학을 각각 다룬 책은 있지만 고대부터 현대를 관통하는 한국철학사를 일관된 관점으로 다룬 경우는 드물었다. 또 35명의 철학자와 주요 사상을 딱딱하게 늘어놓기보다는 마치 교실에서 강의하듯 구어체로 쉽게 전달해 어렵지 않다. 이황과 조선 중기 문신 기대승의 논쟁, 성리학과 양명학, 동학과 서학 등 한국철학이란 테두리에서 대립됐던 주요 개념과 차이, 이로 인한 철학적 발전도 소개한다.

그렇다면 한국철학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양극단을 통합하고 상대를 포용하는 관점’이다. ‘온갖 쟁(諍)을 화(和)한다(화쟁론)’는 논리로 불교사상계의 이론적 대립을 극복한 원효의 유산은 동서양 철학을 융합하려 했던 유영모 함석헌 장일순으로 이어졌다는 것.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오랫동안 한국인 스스로에 의해, 또 서구의 시선에 의해 일방적으로 타자화된 사유를 지금 살아 움직이는 삶의 문법으로 복원해야 합니다. 한국철학의 사유는 고립된 지역의 일시적 산물이 아닌, 수천 년 동안 장구한 사유를 이어온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오래된 고민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삶을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됐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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