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인천 강화군 화도면 흥왕저수지 인근 가뭄 피해 현장을 찾았다. 메르스 확산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국정 운영의 보폭을 넓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는 ‘메르스 대응’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에서 벗어나 국정 전반을 챙기고, 황 총리는 메르스 종식까지 집중하는 ‘투 트랙 행보’로 풀이된다.
강화도는 가뭄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지역 중 하나다. 강수량이 평년의 41% 수준에 그쳐 322ha 논에 모내기를 하지 못했고, 58ha 논에 심은 벼는 고사했다. 흥왕저수지는 인근 180ha 농지에 물을 공급했으나 저수지가 말라 저수율이 2%까지 떨어지면서 물그릇을 넓히기 위한 준설공사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땅이 갈라진 흥왕저수지를 둘러본 뒤 “어제(20일) 단비가 내렸지만 가뭄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본격적인 장마가 오기 전에 저수지 준설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적기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라”고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또 박 대통령은 “가뭄 여파로 배추나 무 등 채소류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체 품목의 공급을 확대하는 등 수급 안정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소방차량을 이용해 논에 농업용수를 직접 공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가뭄 피해 농민들을 만나 “이렇게 고생하고 애를 쓰는데 하늘이 돕지 않겠느냐”며 “제가 비를 몰고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23일에서 25일로 연기됐다. 24일까지 국회 대정부질문이 있어 황교안 국무총리와 관계 장관들이 국회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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