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외로 튄 경제사범 쫓아 ‘여우사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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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율위, 4명 1개組로 32개組 구성
에볼라 발병 아프리카까지 추적… 석 달간 40여개국서 128명 검거

‘해외로 튄 여우를 잡아라.’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호랑이 사냥’(부패 고위관료 사정)에 이어 ‘여우 사냥’을 위해 세계 곳곳을 훑고 다니고 있다. 여우 사냥은 7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여우 사냥 2014’라는 작전명으로, 해외로 도피한 부패 관료나 경제사범을 잡아들이는 조치를 뜻한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율위는 4명이 1개조로 구성된 32개조를 40여 개국에 파견해 이달 10일까지 12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하늘과 바다 끝까지라도 쫓아간다’는 기율위의 방침 아래 미국 캐나다 등 해외 도피 사범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물론이고 에볼라가 확산됐던 나이지리아까지 날아갔다.

수사관 첸쑹(錢松) 씨는 2006년 도피한 리칭(李淸) 씨 부부를 붙잡기 위해 8월 말 나이지리아에 도착했다. 첸 씨는 “길거리의 사람들이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리 씨가 있는 곳을 찾은 뒤에도 아파트 경비가 워낙 삼엄해 접근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현지 경찰과 협조해 리 씨를 단지 내 광장으로 유인한 뒤 사복경찰과 함께 덮쳤다.

허베이(河北) 성에서 차출된 수사관 왕광(王光) 씨는 태국 치앙마이의 차이나타운을 샅샅이 뒤져 8억6000만 위안(약 1479억 원)을 들고 도주한 일가족 4명을 잡아들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은 “중국인이 워낙 많이 살기 때문에 못 찾을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여우 사냥꾼들은 석 달 동안 추적 대상자의 40%를 국내로 송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도 최근 중국을 도와 자국 내 해외도피 사범을 공동 검거하기로 했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11년에만 1500명 이상이 800억 위안(약 13조7600억 원)을 빼돌려 해외로 달아났다.

중국은 호주를 포함해 38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이 중 돈을 갖고 달아난 중국인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0일 보도했다.

여우 사냥이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계속되면서 일부 국가의 외교관들은 기율위 소속 관리들의 강한 요청을 받아 압박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경제사범#해외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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