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을 하든 안하든 월급을 준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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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이 기본소득/바티스트 밀롱도 지음/권효정 옮김/200쪽·1만2800원/바다출판사

지난해 10월 스위스에서 모든 성인에게 일정금액의 생활비를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부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반면 ‘말이나 되는 법안이냐’며 의심하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다.

두 부류 모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가려움을 살살 긁어준다. 기본소득제는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매달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 프랑스 경제학자인 저자는 기본소득제의 취지, 도입 이유 등을 설명했다.

저자는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논리를 재반박한다. 부자건 가난뱅이건 누구에게나 월급을 주는 것이 불필요하며 시행 시 부작용이 크다는 반대가 워낙 거센 탓이다.

우선 공짜로 월급을 받으면 사람들이 노동을 안 하려 할 것이란 비판에 대해 실험 결과로 반박한다. 1980년대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기본소득을 준 결과 전체 노동시간은 7∼9%만 감소했다.

‘힘들게 일해 낸 세금으로 놀고먹는 사람을 왜 먹여 살려야 하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과 사회적 부의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만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유일한 것이란 통념에서 벗어나야 자본주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 기본소득으로 인간관계, 사회적 연대감이 높아지고 행복이 증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 재원 확보도 탄소세, 초고소득자 과세를 비롯해 기존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을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책을 덮으면 마치 ‘소녀시대’ 전원과 데이트를 한 기분이 든다. 이룰 수 없는 꿈인 듯싶은데 상상만 해도 즐겁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시간을 일로 소진한다. 그 바람에 내가 좋아하는 것, 가족, 친구 등 인생의 소중한 것을 잊어버린다. 기본소득은 일 이외에 존재하는 부(가족, 친구, 자아)를 실질적인 부로 만드는 일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조건 없이 기본소득#기본소득제#노동#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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