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자이언티 “기계음 목소리? 유행 안타는 개성파 뮤지션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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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6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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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대한민국 힙합신에 귀중한 보물이 나타났다. 작사·작곡부터 프로듀싱, 보컬, 앨범 재킷 제작까지 자급자족형 신예 자이언티(본명 김해솔·24)다.

자이언티는 2011년 싱글 앨범 ‘클릭미’(Click Me)로 등장해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마성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한 듯 독특하고, 마냥 특이하다고만 하기엔 뭔가 매력적인 그의 음색은 순식간에 힙합신을 뒤흔들었다. 속 깊은 곳에서 짜내는 소리인지 코와 성대에서 뽑아내는 소리인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자이언티의 목소리를 들은 대중은 자연스레 ‘오토튠’(auto tune; 기계음)을 떠올리곤 한다. 음악 팬들은 그의 목소리가 진짜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기계음을 섞든 섞지 않든지 간에 이미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극에 달한다.

“데뷔 초엔 사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 쓰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젠 오토튠을 사용하지 않아도 한 것 같은 느낌이 묻어나요. 그래서 다들 헷갈리시는 거 같아요. 개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이쪽 일이잖아요. 제가 특이한가요?”

그는 지난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명반으로 꼽히는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의 앨범을 통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씨스루’를 통해 그가 누군지 세상에 알린 뒤 ‘물음표’에서 다이나믹듀오 최자와 합을 맞췄다. 결과는 ‘대박’이었고 그의 이름은 입에서 입으로, 홍대 클럽에서 공중파 방송으로 퍼져 나갔다. 이유를 불문하고 그는 현재 빈지노(본명 임성빈) 등과 함께 가장 핫한 신예 래퍼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이다.

또 아이돌 유닛 인피니트H의 ‘니가 없을 때’를 작사·작곡·프로듀싱 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과시, 20대·힙합 음악 팬은 물론 10대 팬들에게도 사랑받는 뮤지션이 됐다.


자이언티는 지난 9일 데뷔 첫 번째 정규 앨범 ‘레드 라이트’(Red Light)를 발표했다.

벽만 보고 혼자 음악을 하던 그가 세상에 알려진 뒤 곧바로 발매된 앨범이기에 그의 ‘변질’을 걱정한 팬도 있었겠지만, ‘뻔한 멜로디’로 보여준 ‘도도’하고 핫한 그루브가 자이언티라는 가수를 ‘클릭’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그는 “혼자 툭툭 던지던 말로 만든 제 음악을 누군가가 공감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그래서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이나믹 듀오, 버벌진트, 양동근, 빈지노 등 내로라하는 힙합 뮤지션이 대거 참여하며 자칫 프라이머리와 비슷한 음악으로 흐를 뻔한 앨범을 ‘희귀 아이템’으로 탄생시켰다.

그는 ‘레드 라이트’를 통해 선배 가수들의 비트를 자기 마음대로 편집하고 구성하는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실제로 영화감독 콘셉트로 만든 이 앨범은 카메라 렌즈를 형상화한 ‘오’(O)를 시작으로 영감 그 자체를 표현한 ‘둡’(Doop), 영화와 음악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남자와 여자를 등장시킨 ‘도도해’ ‘쉬’(She), 평소 하고 싶던 말을 담은 ‘지구온난화’ ‘뻔한 멜로디’ 등 총 11트랙을 옴니버스(omnibus)식으로 담아 놓았어요.”

트랙 말미엔 영화감독이자 창작자로서 앨범 구석구석에서 느꼈을 법한 갈증을 감성으로 채우는 작업인 디렉트 컷 ‘네온’을 등장시켜 자신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의 끝을 맺고 있다.

자이언티의 음악 세계는 복잡한 듯 간단명료하다. 그리고 뜨거웠다. 그는 감정보다는 감성을, 이성보다는 본성을 건드린다. 그의 손과 귀를 거친 멜로디는 영감의 씨앗에서 시작돼 생각이란 뿌리를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열매로 자란다.

그렇게 영감과 음악에 몰입한 자이언티는 한 곡을 작업하는데 몇 시간 혹은 2~3일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씨스루’와 ‘만나’도 단시간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마치 달이 차오르듯 꽉 차오른 감성을 일순간에 토해내듯.

반응도 폭발적이다. 다이내믹 듀오, 프라이머리, 버벌진트, 양동근 등은 자이언티의 정규앨범을 듣고 “너는 진정한 천재다” “기가 막히다” “정말 좋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앨범과 함께 대중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선 자이언티는 최근 2살 연하의 여성과 열애 중이다. 어려서부터 미술학도를 꿈꿨던 자이언티의 다이어리, 물건 등은 직접 그린 스케치로 도배돼 있었다. 창작과 관련한 ‘끼’가 가득했다.

자이언티는 불과 3년 전까지 3만 원을 주가 구매한 마이크로 집 거실에서 벽을 보며 조용히 음악 작업을 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돈이 없어 미술을 포기했다. 이후 “돈이 들지 않는 음악”을 선택했다. 좌절할 법도 한데 그는 “덕분에 세밀한 음정과 곡의 디테일이 완성됐다”며 웃어 보였다.

“노래하고 랩하는 가수이기 전에 음악에 흠뻑 취한 프로듀서이고 싶다”는 자이언티는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참신한 앨범을 만들고 싶다. 진보하지만 유행을 타진 않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보컬로 인정받기에 앞서 프로듀서로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전 선물보다 칭찬을 좋아해요. 다들 보컬이라고 부르셔서 요즘엔 노래 연습도 하고 있어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들어봐 주세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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