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역사를 지우는 시리아… 내전에 고대유적 잇단 훼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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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꾼까지 활개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됨에 따라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유적들이 무수히 파괴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연일 벌어지는 전투와 무분별한 도굴로 인해 시리아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NYT가 대표적으로 꼽은 유적 훼손 지역은 제2의 도시 알레포로부터 남서쪽 방향으로 53km 떨어져 있는 텔마르디크. 고대에 ‘에블라’로 불렸던 이곳은 기원전 2700년경부터 2240년경까지 융성했던 도시 국가로 당시 인구는 26만 명이었다. 전성기에는 현재의 레바논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북부 도시들을 지배했을 정도로 융성했다. 이곳은 1964년 발굴 이래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유적의 보고로 불린다.

하지만 NYT는 “현재 이곳은 반군과 정부군의 계속되는 전투로 총탄과 포탄이 유적을 훼손하고 무정부 상태를 틈타 도굴꾼들이 판치고 있다”고 전했다. 도굴꾼들은 유적지 내에서 보석 및 예술품처럼 암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도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적의 수난은 텔마르디크뿐 아니라 사막 한가운데의 도시 팔미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곳은 과거 도시의 잔재만 남아 있지만 예전에는 ‘사막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오리엔트 지방과 로마를 잇는 중개무역으로 번창하던 지역이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도 반군들이 정부군을 피해 숨어들면서 연일 정부군이 폭격을 해 적잖게 훼손됐다. 팔미라 유적지를 대표하는 바알 신전의 기둥은 폭격으로 일부가 붕괴됐고 건물 외벽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내전을 틈타 일부 절도범들은 팔미라 박물관에 난입해 값비싼 조각품 등 예술품들을 닥치는 대로 훔쳐 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시리아유적보호협회는 “시리아 내 36개 국립박물관 중 12개가 이미 약탈당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시리아의 고고학자인 체이크무스 알리 박사는 유적 훼손을 ‘반달리즘’(예술품 및 유적 파괴 행위)으로 규정하면서 시리아 전역에 있는 1만 개 이상의 유적을 내전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시리아#유적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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