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생물학]신약 하나 만드는 데 10년씩 걸리는 이유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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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면 많은 사람이 커피 한잔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커피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사뭇 다르다.

많이 마시면 말이 많아지거나 손이 떨려 들고 있던 물건을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린다는 사람도 있다. 오후에 마신 커피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이도 적지 않다. 반면 맛과 향이 좋아서 습관적으로 마실 뿐 커피를 마신다고 생리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맑아져 오전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의약품에서도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다. 흔히 복용하는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이 어떤 이에게는 큰 효과를 나타내지만 다른 이에게는 별 신통치 않을 수 있다. 복용할 약의 분량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약을 개발할 때는 이런 개인별 차이를 고려한다. 신약 하나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10년 넘게 걸리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다른 사람에게는 부작용을 유발해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다수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을 최종 선택하고 그에 따라 복용 분량을 결정한다.

분자생물학의 발달 덕분에 커피 같은 기호식품이나 의약품에 대한 개인별 반응 차이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인체에는 각 화학물질에 특이하게 결합하는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의 구조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약물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수용체 구조가 개인마다 다른 이유는 수용체를 만들도록 명령하는 DNA의 염기서열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천∼수만 개 염기서열 중 1, 2개가 달라도 수용체 구조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는 크게는 인종이나 민족 간에 나타난다. 유럽 사람보다 한국 사람에게 더 효과적인 약이 있고, 한국 사람 중 특정 체질에 더 잘 듣는 약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 수용체 DNA의 염기서열 차이를 반도체와 비슷한 DNA칩을 이용해 알아내는 방법이 개발돼 있다. 같은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인종 또는 민족, 심지어 개인별로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안전한 약을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를 줄여 신약개발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적합한 처방을 하게 돼 약에 대한 부작용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양약도 한약처럼 체질에 따라 조제하는 ‘맞춤약 시대’가 오고 있다.

유장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부장

jrliu@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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