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흥행? 신경 씁니다 2등 하더라도 길게 일해야죠”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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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가의 기적’의 시사회 때도 무대인사에서 “살려 주세요”라고 하더니, 상영 중인 신작 ‘만남의 광장’ 시사회에서도 임창정은 “살려 달라”며 엄살을 부렸다. ‘1번가…’(275만 명)도 흥행에 성공했고 나오는 코미디마다 잘된 편인데 여전히 부담이 큰 걸까. 보통 “열심히 했으니 흥행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는 배우들을 더 많이 봤다. “(흥행에) 신경 진짜 많이 써요. 저는 상을 타고 연예인으로서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보다 쭉 2등 하면서 일이 안 끊기는 게 좋거든요. 그게 제일 실속 있는 것 아닌가요?”》

‘만남의 광장’에서 그가 맡은 역은 어수룩하면서도 집요한 구석이 있는 시골청년 공영탄. 선생님이 되려고 서울에 왔다가 삼청교육대가 교육대학인 줄 알고 갔다가 죽도록 고생하곤 우연한 사고로 그곳에서 나온다. 산에서 헤매던 그가 도착한 곳은 휴전선 근처 강원도 산골마을. 분교에 새로 부임할 선생님을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은 그를 선생님으로 착각한다. 선생님으로 마을에서 지내던 영탄은 마을 이장(임현식)과 그의 처제(박진희) 사이가 이상할 뿐 아니라 마을 전체에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반공’이 국가의 목표였던 1980년대, 휴전선 때문에 30년 전 가족과 갈라진 마을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소박하고도 절절한 이유 때문에 국가적으로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되는 얘기다. 김수미 임현식 이한위 류승범 등 ‘코미디가 되는’ 배우들은 다 나온다. 특히 마을에 오기로 돼 있었는데 볼일 보던 중 지뢰를 밟아 며칠 동안 꼼짝 못하게 된 진짜 선생님 역의 류승범 때문에 다들 뒤집어진다.

“승범이 연기? 최고죠. 제가 그 역할이 너무 탐나서 ‘1인 2역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실제로 제일 웃긴 사람은 임현식 선생님. 그 연세에도 우리 또래에나 웃을 수 있는 개그를 구사하시죠.”

“기대보다 재밌더라”고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을 던졌다. 웃으며 응수한다.

“원래 제 영화는 별로 기대들을 안 하고 와요. 어제도 검색어 순위 낮던데. 그러다가 시사회 뒤 입소문 타고 그러죠.” 자신이 있는 눈치다.

그는 주로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와 같은 진지한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 급격한 변화가 두렵다고 했다. “제가 읽고 나서 재미있다고 느끼는 게 아직은 다 코미디네요. 변신을 할 만한 내공이 아직 안 쌓였나 봐요.”

영화에는 ‘반공’ 교육에 몰두했던 시절의 교실 풍경과 사회상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마침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발표가 났다.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우리 초등학교 때는 북한에는 다 뿔 달린 괴물만 사는 줄 알았잖아요. 근데 전 그때도 ‘통일전망대’ 같은 데서 산에 온통 새겨진 빨간 글씨를 보면서 ‘저기 꼭 가야겠다’ 하면서 울고 그랬어요. 그 어린 것이.” “에이∼.”(기자) “아, 진짜라니까요.”

그는 내년 1월 둘째아이를 맞는다. 이후에도 계속 낳을 거라고 했다. 아버지가 되면서부터 술 담배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기고 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단다. 그러면서 왜 자꾸 낳으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잘 키우면 국제적 스포츠 스타가 될지 한국을 빛낼 위대한 인물이 나올지 어떻게 아느냐고 했다. “둘 이상 낳으면 혜택도 많다”고 했다. 결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속 임창정도, 진짜 임창정도 참 현실적이라 친근하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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