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씨를 바이오디젤로” 대전 市의회-대학 ‘유채 네트워크’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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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전북 부안군 주산면 들녘은 노란 유채꽃 물결로 일렁였다. 이곳에 사는 김인택 씨는 이웃 농가와 함께 지난해 1만5000평의 밭에 유채를 심었다. 6월 꽃씨 수확을 앞두고 김 씨를 비롯한 농부들의 마음은 뭉게뭉게 부풀고 있다. 김 씨는 “유채 씨를 짠 유채기름으로 식용유나 경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배지가 크게 늘고 있다”며 “부안군 일대 유채 재배지는 지난해 26만 평에서 올해 150만 평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천, 갑천, 유등천 등 3대 하천 주변 7만 평에 유채를 심은 대전 일대에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 꽃이 지면 그대로 버리던 유채를 활용해 ‘순환형’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최근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4월 충남대, 대전시민환경연구소, 대전시의회 등 대전 지역의 기관들이 모여 몇몇 과학자와 함께 ‘한국유채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또 부안에는 ‘부안유채네트워크’가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 유채밭 1200평이면 경운기 1년 가동

매년 4월 꽃망울을 터뜨리는 유채는 씨에 기름 함유량(38∼45%)이 높아 예로부터 식용유로 활용됐다. 콩(16.6%)이나 해바라기(30%)보다 기름 함유 비율이 높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이런 특성을 알고 항공기에 들어가는 연료를 유채기름으로 대체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유채기름에 몸에 좋지 않은 ‘에루스산’과 ‘글루코시노레이트’가 들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내 유채 재배 면적은 7000만 평에서 210만 평으로 줄었다.

유채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유해 성분이 없는 새 품종이 나오면서부터. ‘카놀라’라는 캐나다종이 나오자 유채 재배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부안과 대전 충남 지역에서 많이 심는 유채는 ‘선망’과 ‘한라’라는 종으로, 농업시험장에서 오랜 기간 시험을 거쳐 개발된 종자들이다.

특히 ‘선망’은 46%가 지방산으로 이뤄져 씨 100kg당 40L의 바이오디젤을 만들 수 있다. 김인택 씨는 “지난 2년간 작황을 살펴보면 300평에서 최소 250kg의 씨(바이오디젤 약 100L에 해당하는 양)가 나왔다”고 말했다. 유채밭 1200평 정도면 경운기 1대를 1년 내내 운행할 수 있는 양이 나온다는 얘기다.

한국유채네트워크 측은 대전 이남 지역 2모작 경작지에서 유채를 재배할 경우 국내에서 소비하는 경유의 2.5∼5%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대기오염 경감 효과 눈에 띄어

유채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수확한 씨로 기름을 짠다. 그리고 메탄올과 촉매를 넣고 반응시켜 기름의 점도를 낮추면 된다. 유채를 일단 식용유로 만들고 사용한 후 폐식용유에서 뽑아낼 수도 있다.

유채로 만든 바이오디젤은 함유량에 따라 연비가 L당 11∼15km로 일반 경유와 같거나 조금 높다. 다른 바이오디젤은 영하 2∼3도에서 어는 반면 유채 바이오디젤은 영하 17도까지 얼지 않는다.

대전대 환경공학과 김선태 교수는 “유채밭 1평은 이산화탄소 7.9kg을 흡수하고 산소 2.5kg을 만들어내며, 유채로 만든 경유 역시 이산화황, 톨루엔, 벤젠 등 대기 유해물질을 거의 내뿜지 않아 환경 개선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먼저 비용 문제. 유채 바이오디젤은 아직까지는 대두유를 수입해 만든 것보다 제조비가 50% 정도 더 든다. 석유로 만든 경유와 비교하면 제조비가 80% 정도 더 높다. 그러나 경유의 판매가보다 유채 바이오디젤의 제조비가 낮다는 사실을 감안해 면세 혜택을 주면 경유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 엔진에 생기는 이물질이나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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