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 맛의 비밀]서울 양천구 ‘개성집’

  • 입력 2007년 5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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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대폿집에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리 집이 무어냐∼’.

1991년 작고한 가수 겸 작곡가 한복남 씨의 노래 ‘빈대떡 신사’다.

가사가 대폿집이 아니라 집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빈대떡은 싸고 흔한 음식의 대명사였다. 명절 차례상이나 대폿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녹두 빈대떡이 좋다. 녹두의 성분은 녹말 53∼54%, 단백질 25%로 영양가가 높다. 한방에서는 피부병 치료와 해열, 해독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서울 양천구 목동 ‘개성집’(02-2642-5695)은 황해도 평산군이 고향인 이유순(73) 씨가 30년 가까이 실향의 시름을 한 장 빈대떡에 담아 온 곳이다.

○ 주인장의 말

고향에는 산이 참 많았어. 경성(서울)에서 출발한 기차가 평산을 거쳐 평양이며 신의주로 갔지. 구월산하고 묘향산 보현사는 죽기 전에 꼭 한번 가고 싶어.

8·15 광복 무렵 서울에서 소학교(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난리통에 몇 번이나 서울과 고향을 오갔어. 1·4 후퇴 때 어머니, 동생 둘과 서울로 왔는데 아버지는 못 내려왔지. 생사확인은 못했지만 내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벌써 돌아가셨겠지.

1970년대 말 은평구 역촌동에서 빈대떡 장사를 시작했어. 가수 김창완 씨가 우리 집 단골이야. 그 양반이 ‘아니 벌써’ ‘산할아버지’를 부를 때였지.

녹두 빈대떡에는 돼지고기나 기름이 들어가야 한다지만 우리 집은 쓰지 않아. 처음에는 숙주나 고사리를 넣고 돼지기름을 듬뿍 써 이북식으로 빈대떡을 부쳤지. 하지만 사람들이 살찌는 걸 싫어하는 데다 입맛도 달라졌어. 그래서 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써.

녹두에 멥쌀(20분의 1)을 섞어 끈기 있게 만든 뒤 표고버섯과 파를 잘게 썰어 부쳐야 돼. 쪽파는 뿌리에 가까운 흰 쪽을 써야 부드러운 맛과 향이 감돌아. 표고버섯이 고기처럼 씹히는 맛을 만들면서 향도 좋게 하지.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빈대떡이 화려하지는 않은데 돌아서면 자꾸 보고 싶은 ‘은근한 미인’ 같습니다. 기름 냄새가 잔뜩 풍기는 다른 곳에 비하면 심심하지만 젓가락이 자꾸 가네요.

▽주인장=처음에는 돼지기름을 안 쓴다고 불평하지만 한 장 먹고 나면 다시 우리 집으로 오지.

▽식=부드럽게 씹히는 표고버섯과 고소한 녹두가 잘 어우러집니다.

▽주=고기 대신 씹을 만한 재료를 많이 찾았어. 표고가 최고야. 담백하고, 질리지 않고, 영양도 좋고. 빈대떡은 손바닥만 한 크기에 1cm 두께로 도톰하게 부쳐야 맛이 제대로 배어들어.

▽식=주방에서 제일 아끼는 건 뭡니까.

∇주=손수 담근 간장이지. 이걸 안 쓰면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아. 힘들어 간장 못 담게 되면 장사 그만해야지.

녹두빈대떡 1인분(2장) 6000원. 담백하고 깔끔한 만둣국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다진 김치와 돼지고기, 표고버섯에 부추, 마늘, 참기름이 속재료로 들어간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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