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천용택씨 도청내용 누설 정황포착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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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가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의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4일 천용택(千容宅) 전 국정원장이 1999년 12월 도청 테이프 회수와 폐기 과정에서 도청 내용을 보고받고 그중 일부를 외부로 누설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소환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에게서 1999년 천 전 국정원장에게 테이프 내용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전 국정원장이 1999년 12월 15일 “삼성이 1997년 대선 당시 중앙일보 간부를 통해 김대중(金大中) 당시 후보에게 자금을 보내 왔다”고 한 발언의 출처가 회수된 도청 테이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천 전 국정원장은 이 내용을 김 전 대통령에게서 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전 국정원장의 도청 내용 누설이 확인되면 퇴직 이후 직무상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직원법(공소시효 7년)을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천 전 국정원장은 다시 한번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천 전 국정원장은 일부 언론이 자신의 23일 귀가 발언을 ‘국민의 정부 시절 도청 시인’으로 보도한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안보를 위한 합법적인 감청을 설명한 것을 마치 불법 감청을 일부 시인한 것처럼 보도한 것과 국민의 정부 시절 도청을 시인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나의 답변과는 전혀 다른 보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인 미림팀의 도청 실태를 규명하기 위해 오정소(吳正昭) 전 안기부 1차장을 24일 불러 조사한 뒤 이날 오후 10시 55분경 귀가시켰다.

검찰은 오 씨를 상대로 1994년 미림팀을 다시 구성한 경위와 도청 내용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 씨에게 유출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씨는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현철 씨에게 도청 내용을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사실무근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기관의 공(功)은 아무도 말하지 않고 과(過)는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미림팀 재건 당시인 1994년 안기부 1차장으로 재직한 황창평(黃昌平) 씨를 25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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