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촛불@광장 사회의 메커니즘’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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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하며 서울 광화문 앞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시위 군중. 이 물결을 끌어낸 한국사회의 구조적 동인은 과연 무엇일까.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하며 서울 광화문 앞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시위 군중. 이 물결을 끌어낸 한국사회의 구조적 동인은 과연 무엇일까. 동아일보 자료사진
◇촛불@광장 사회의 메커니즘/김동환 김헌식 지음/148쪽·8000원·북코리아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광장의 축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는 촛불시위, 노사모의 등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2004년 대통령 탄핵정국과 급속한 정치지형 변동….

21세기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의 배후의 흐름을 두고 수많은 분석들이 등장했다. 한국인의 문화적 속성에 원인을 두는 문화결정론 또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부터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로 인한 국가적 자신감의 발로라는 국가주의적 해석, 세대문화의 특징으로 바라보는 시각, 국민의 이념적 성향의 변화로 보는 해석 등 다양했다.

저자들은 이런 분석들을 표면적이라 비판하며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를 제안한다.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의 변화 메커니즘을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안으로 감춰진 구조적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약자(弱者)의 선순환(weaker's circle) △트리거(trigger)라는 세 개념을 제시한다.

티핑 포인트는 어느 한순간 또는 사건으로 인해 사회전체에 동일한 신념, 문화, 움직임이 단시간에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월드컵의 광장응원 참여자 수가 한국-폴란드전 70만 명에서 한국-독일 4강전 700만 명으로 급증한 것, 촛불시위 참여자가 1만 명에서 보름 만에 10만 명에 이른 것, 노사모 회원이 2002년 2월 8000여 명에서 민주당 경선을 거치며 4개월 만에 4만 명을 넘은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방아쇠를 뜻하는 트리거는 이 티핑 포인트의 발화점을 뜻한다. 월드컵의 붉은 악마, 인터넷으로 촛불시위를 제안한 앙마, 2002년 대선의 노사모, 대통령 탄핵안 국회가결 당시의 TV 생방송 등이 트리거다.

약자의 선순환은 트리거가 티핑 포인트로 증폭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요소다. 약자의 한(恨)을 내면화한 한국인의 심성구조상 강자보다 약자를 지지하고, 약자에 대한 지지가 커질수록 강자의 억압이 커지면서 약자의 고통이 증폭되고, 이는 다시 약자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순환구조를 낳는다.

그러나 결국 약자가 승리하면서 이 선순환구조는 무너진다. 승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승리한 약자가 기존의 강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또 약자가 승자가 되는 순간 예전에 칭찬받던 저항이나 지조가 독선으로 바뀌고, 이는 정책실패와 지지율 하락을 낳는다. 승리한 약자는 이에 더욱 명분에 집착하면서 더 독선적으로 바뀌고 더욱 고립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급랭한 축구열기,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꺼져버린 촛불시위, 노 대통령의 집권, 탄핵정국 돌파 이후 정책 실패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역설적 상황에 대한 설명력이야말로 이 책의 최대 강점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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