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개막작인 ‘활’의 기자 시사회장 앞에는 상영 1시간 전부터 각국 기자들과 영화 배급업자들이 줄을 지어 기다렸다. 지난해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베를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잇따라 감독상을 수상한 김 감독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케 하는 모습이었다.
‘활’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 위에서 생활하는 노인(전성환)과 소녀(한여름)의 이야기. 60대 노인은 낚시꾼들에게 배를 빌려주며 생계를 유지한다. 6세 때 길을 잃고 노인의 손에 이끌려온 소녀는 10년 동안 배에서만 살았다. 노인은 소녀가 17세가 되면 결혼을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하루하루 달력의 날짜를 지워가는 낙으로 산다.
‘활’은 김 감독의 이전 작품에 비해 훨씬 부드럽다. 한 대학생이 낚시를 하러 배에 오르면서 소녀의 마음이 흔들리고 이를 바라보며 노인이 괴로워하는 갈등 구조가 생길 때까지 특별한 긴장감도 느낄 수 없었다.
시사회가 끝난 뒤 포르투갈의 루카스 카시카스 기자는 “이전 작품에 비해 뛰어나진 않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저슨 다 쿠차 기자는 “이미지와 상징을 부각시킨 연출이 돋보이지만 영화가 끝나야 할 것 같은 대목에서 계속 이어져 다소 느슨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감독이 “소수 극장 개봉” 방침을 밝힌 ‘활’은 국내에서도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너스 G 극장(107석), 부산의 부산극장(207석)에서 개봉돼 첫날 260여 명의 관객이 들었다.
칸=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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