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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한나라당에 부는 '바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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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한나라당에 부는 '바꿔' 바람

입력 2003-07-31 18:43수정 2009-10-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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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차기 공천심사위가 모습을 드러내면 여러분이 깜짝 놀랄 것이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병렬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 대비해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상향공천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당 안팎이 술렁이던 터였다.

최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 주변에선 즉각 ‘최병렬식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나이가 많은 중진 의원들과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당원이 아닌 일반 지역구민이 총선후보 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 자체가 우리 정치사에서 초유의 일인 데다 사실상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노린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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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략은 ‘물갈이’=박주천(朴柱千) 사무총장은 “공천심사위에서 현재 위원장이 공석인 8개 사고지구당 정비를 위해 상향식 공천제의 구체적 규정을 제정한 뒤 8월 말까지 이들 8개 지구당 조직책 선정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경선제를 사고지구당부터 즉각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최 대표는 이에 앞서 “중앙당에서 후보자를 접수해 공천심사위가 1차 자격심사에서 2, 3명으로 후보를 압축해 지구당으로 내려 보내면 당원 1000명과 주민 1000명이 투표로 최종 결정하면 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예컨대 ‘위(중앙당)로부터의 개혁’과 ‘아래(지구당)로부터의 개혁’을 결합시킨 공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최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더 나아가 “주민 1000명으로는 현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배제할 수 없다. 3000∼5000명씩은 돼야 진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렬식 상향공천제’의 궁극적인 목표가 ‘물갈이’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또 “경선에서 최소한의 비용 말고는 전혀 돈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기는 후보는 무조건 탈락시키면 된다. 중진들에게는 타격이 크겠지만 능력 있는 정치 신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뜨거운 ‘총선인력시장’=뿐만 아니다. 요즘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에겐 “괜찮은 인물을 찾아내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기자들을 만나도 “어디 좋은 사람 없나. 추천 좀 해 달라”고 말하는 당직자들이 꽤 있다. 민주당 주류가 최근 13개 분야별로 신당 영입대상자 선별작업을 마무리하고 접촉에 들어가 9월 중순 1차로 60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 것도 자극이 됐다.

실제 ‘영입인사’ 리스트를 만들어 최 대표에게 제출하는 의원도 많다는 후문이다.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최근 “법조 분야 등에서 명망 있는 여성인사들을 대표에게 추천했고, 계속해서 추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제 발로 당을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에게 사무실 서랍을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에 리스트가 꽉 차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접촉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아직 영입작업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박주천 사무총장은 방송인 박찬숙씨(여)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고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소장, 정옥임 전 세종연구소연구위원, 연세대 L교수, 경희대 K교수 등도 접촉대상으로 알려졌다.

원희룡(元喜龍) 기획위원장은 “총선은 3당(한나라당, 민주당, 신당)구도가 될 것이다. 신당과 민주당이 모두 젊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것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의 승패는 리크루트(외부 인사 영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망했다.

▽“방 못 빼” 반발하는 보수중진들=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지난 대선 이후 ‘변화의 바람’에 떠밀려 정계은퇴까지도 고려했던 60대 이상 중진은 정치신인들과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여권 내 386세대들이 잇단 구설수와 공격의 표적이 돼 ‘궁지’에 몰리면서 ‘정치권 물갈이’ 여론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젊음보다는 경륜’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산 수영구의 유흥수(柳興洙·65·4선)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시대흐름이 세대교체로 가는 것 같아 거취문제로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경험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는 쪽으로 가고 있어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선 후 용퇴설이 나돌던 경남 밀양-창녕의 김용갑(金容甲·67·재선) 의원도 “노 대통령과 386 정치인들의 실정(失政)으로 국가가 혼란에 빠져 출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젊은 정치인 양성론’을 거론했던 4선의 김동욱(金東旭·65·경남 통영-고성) 의원도 새롭게 홈페이지를 단장했다. 영남권의 K, N, H 의원, 비영남권의 K, S, Y 의원 등도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기획을 담당하는 핵심당직자들은 “중진들이 방을 빼줘야 새 얼굴들이 들어갈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하지만 중진들의 지역구를 노리는 젊은 세대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영남권의 중진 지역구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정치지망생이 4, 5명씩이나 도전장을 내고 세대교체를 압박하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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