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린치 일병 ‘요란한 귀향’…이라크戰 영웅 만들기

  • 입력 2003년 7월 23일 19시 02분


코멘트
이라크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고 포로가 됐다가 구출된 제시카 린치 일병(20·여)이 3개월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22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워트카운티의 집으로 화려하게 귀향했다. 검은 베레모를 쓰고 무스탕 무개차에 올라 동네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린치 일병을 보면서 연도의 한 시민은 “포로로 잡혀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그녀를 환영했다.

린치 일병은 당초 ‘이라크군과 교전 중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적을 향해 총을 쏜’ 용감한 미군의 상징으로 미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미 국방부 한 간부의 이 같은 설명은 나중에 정식으로 취소됐고 조사 결과 미군 507 정비부대 소속인 린치 일병은 차량 충돌로 부상당했으며 구출장면도 극적인 효과를 위해 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미국인은 “포로가 되고 구출된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린치 일병을 계속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 그녀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왔다는 버진 로빈슨의 표현대로 ‘(군사적인 영웅이 아니라) 착하게 사는 미국의 작은 마을 사람들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앳된 외모도 미국인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린치 일병의 부모는 “제시카는 영웅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녀에게 영화를 찍자거나 책을 내자며 몰려드는 제의를 어떻게 할지 변호사와 협의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전했다.

환영식장에서 린치 일병은 “이라크인이 치료를 잘 해줘서 살아났다”고 말하면서도 영웅담을 즐기는 듯 “내가 포로가 되면서 ‘나도 미군이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