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컨페션'…낮엔 PD, 밤엔 CIA 요원

  • 입력 2003년 7월 13일 17시 31분


코멘트
방송국 PD와 CIA 비밀요원의 이중생활을 했던 남자의 일생을 그린 영화 ‘컨페션’ 사진제공 알앤아이 애드벌룬
방송국 PD와 CIA 비밀요원의 이중생활을 했던 남자의 일생을 그린 영화 ‘컨페션’ 사진제공 알앤아이 애드벌룬
“자기를 경멸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경멸할 줄 아는 자신을 존중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니체의 말은 ‘컨페션 (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이 어떤 영화인지를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자신에 대한 경멸을 떨치려 스스로를 위장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냉소와 자기경멸이 때로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 이 영화로 감독에 데뷔한 배우 조지 클루니는 첫 연출작 치고는 능란한 솜씨로, 인생을 ‘쇼’로 일관한 남자의 일생을 그려냈다.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는 척 배리스 (샘 록웰)는 방송국에 취직해 견학 안내자로 일한다. 척은 히피 스타일의 여자 페니 (드류 베리모어)를 만나면서 짝짓기 게임 쇼인 ‘데이트 게임’을 착안해 제작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낙심한 그에게 CIA 요원인 짐 (조지 클루니)이 접근해 킬러가 될 것을 제안한다. 첫 임무를 마친 날 ‘데이트 게임’의 방송 허가가 난다. 낮엔 방송국 PD, 밤엔 CIA 암살요원으로 일하던 척은 헬싱키에서 또 다른 요원인 패트리샤(줄리아 로버츠)를 만나 비밀스러운 관계로 발전한다.

실존인물인 척 배리스는 1963년 ABC의 히트 프로그램인 ‘데이트 게임’을 시작으로 시청자를 참여시키는 리얼리티 TV쇼를 개척한 원조격 연출자다. 그는 1984년에 자서전 ‘위험한 마음의 고백’을 출간해 자신이 33명을 죽인 CIA 비밀요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서전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는 그의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던지는 대신 분열된 삶에 초점을 맞췄다.

킬러의 쾌감을 좇아 사람을 죽여온 그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의 모티브는 모욕이었다. ‘데이트 게임’과 전국노래자랑 류의 ‘공 쇼 (The Gong Show)’는 참가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며 승승장구한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땅게임’의 경우 참가자에게 권총을 주고 인생을 돌이켜 보게 한 뒤 자살하지 않으면 승자가 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지 클루니는 ‘진짜 자신’을 들여다보길 회피했던 척의 경멸과 모욕으로 점철된 인생을 축으로 1960∼70년대의 문화 풍토와 스파이 영화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결합했다. 주연을 맡은 샘 록웰은 이 영화로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다.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이 ‘데이트 게임’에 나갔다가 탈락하는 남자들 역으로 우정 출연한다. 18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