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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컨페션'…낮엔 PD, 밤엔 CIA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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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컨페션'…낮엔 PD, 밤엔 CIA 요원

입력 2003-07-13 17:31수정 2009-10-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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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PD와 CIA 비밀요원의 이중생활을 했던 남자의 일생을 그린 영화 ‘컨페션’ 사진제공 알앤아이 애드벌룬

“자기를 경멸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경멸할 줄 아는 자신을 존중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니체의 말은 ‘컨페션 (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이 어떤 영화인지를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자신에 대한 경멸을 떨치려 스스로를 위장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냉소와 자기경멸이 때로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 이 영화로 감독에 데뷔한 배우 조지 클루니는 첫 연출작 치고는 능란한 솜씨로, 인생을 ‘쇼’로 일관한 남자의 일생을 그려냈다.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는 척 배리스 (샘 록웰)는 방송국에 취직해 견학 안내자로 일한다. 척은 히피 스타일의 여자 페니 (드류 베리모어)를 만나면서 짝짓기 게임 쇼인 ‘데이트 게임’을 착안해 제작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낙심한 그에게 CIA 요원인 짐 (조지 클루니)이 접근해 킬러가 될 것을 제안한다. 첫 임무를 마친 날 ‘데이트 게임’의 방송 허가가 난다. 낮엔 방송국 PD, 밤엔 CIA 암살요원으로 일하던 척은 헬싱키에서 또 다른 요원인 패트리샤(줄리아 로버츠)를 만나 비밀스러운 관계로 발전한다.

실존인물인 척 배리스는 1963년 ABC의 히트 프로그램인 ‘데이트 게임’을 시작으로 시청자를 참여시키는 리얼리티 TV쇼를 개척한 원조격 연출자다. 그는 1984년에 자서전 ‘위험한 마음의 고백’을 출간해 자신이 33명을 죽인 CIA 비밀요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서전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는 그의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던지는 대신 분열된 삶에 초점을 맞췄다.

킬러의 쾌감을 좇아 사람을 죽여온 그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의 모티브는 모욕이었다. ‘데이트 게임’과 전국노래자랑 류의 ‘공 쇼 (The Gong Show)’는 참가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며 승승장구한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땅게임’의 경우 참가자에게 권총을 주고 인생을 돌이켜 보게 한 뒤 자살하지 않으면 승자가 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지 클루니는 ‘진짜 자신’을 들여다보길 회피했던 척의 경멸과 모욕으로 점철된 인생을 축으로 1960∼70년대의 문화 풍토와 스파이 영화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결합했다. 주연을 맡은 샘 록웰은 이 영화로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다.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이 ‘데이트 게임’에 나갔다가 탈락하는 남자들 역으로 우정 출연한다. 18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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