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사고' 왜 일어나나]盧 돌출발언-외교팀 혼선 '합작'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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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5월 14일) 뒤의 ‘굴욕 외교’ 논란, 유사법제 통과 문제로 말썽을 빚었던 한일정상회담(6월 7일), 한중정상회담(7월 7일)에서의 ‘실언’ 논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같은 사고는 대통령의 말실수뿐 아니라 외교안보팀의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말실수=노 대통령은 9일 논란이 된 ‘당사자간 대화 재개’ 발언과 관련해 “보통 당사자라고 하면 북-미, 남북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당시 (한중정상) 회담에서 다자회담을 계속 얘기하고 나왔기 때문에 ‘그런 뜻’으로 (기자회견에서) 썼다”고 해명했다. 당사자 발언이 실수였음을 완곡하게 자인한 셈이다.

현충일(6월 6일)이란 시점 때문에 논란을 빚었던 방일(訪日) 때도 노 대통령은 ‘일본 국민과의 대화’(6월 8일)에서 앞으로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일본 중국 미국 순서로 거론해 논란을 빚었다. 또 노 대통령은 방일 기간 중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색깔논쟁을 일으켰다.

방미 기간 중에는 5월 13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53년 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가 귀국해 “다소 ‘오버’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안보팀 시스템의 문제=한중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측이 사전에 배포한 ‘양국 정상 확대 다자회담 개최노력 합의’라는 보도자료를 둘러싸고 빚어진 혼선은 외교 안보라인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외교통상부측은 “현재 외교 기조에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다. 외교관이라면 이런 표현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NSC측은 “회담의 최고 목표치를 잡아놓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외교 안보라인의 전반적인 조율 기능이 없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외교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에 ‘최고 목표치’를 적시하는 일은 아마추어적인 일처리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당사자 발언’에 대해 9일 직접 해명을 하기 전인 8일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북-미 어느 쪽도 신경 쓰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아주 잘 선택하신 용어”라고 말해 실수를 덮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미정상회담 때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나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국빈 대접을 받으며 방문한 것과는 달리 ‘실무방문(Working visit)’이었다는 점에서 아직도 ‘푸대접론’이 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방일 당일인 6월 6일 일본 국회가 유사법제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서도 외교안보팀의 치밀한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백진현(白珍鉉)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안보팀을 총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당사자 대화’ 소동은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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