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피 한방울로 암진단…위치까지 '콕'

  • 입력 2003년 6월 1일 17시 43분


코멘트

《“암세포만 찾아 조기에 진단한다.” 최근 암이 자라기 전 단계에 암세포를 찾아 조기에 진단하는 진단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암 환자의 90% 이상이 완치될 수 있기 때문.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암 진단의 목적은 암을 조기 발견하고 보다 정확한 암의 크기와 위치를 찾기 위해서다”며 “암세포에서만 나오는 단백질을 찾는 ‘종양표지자’와 조기에 암세포를 발견하고 위치까지 알 수 있는 분자영상진단법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조기 진단을 위한 종양표지자=정상세포나 암세포는 밖으로 단백질, 지질, 유전자 등의 물질을 끊임없이 분비한다. 이때 암세포에서만 분비되거나 정상세포보다 더 많이 분비되는 물질을 종양표지자라고 한다. 현재 암 진단에 사용되는 종양표지자는 20여종. 또 새로 개발되고 있는 종양표지자는 수백종에 이른다.

그러나 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 쓰이는 종양표지자는 불과 2가지. 전립샘 암에서만 많이 분비되는 전립샘 특이항원(PSA)단백질과 간암에서만 많이 분비되는 알파피토프로테인(AFP)단백질이 그것. 단 AFP는 B형간염, C형간염, 간경화 등 만성 간질환 환자의 경우에만 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여러 종양표지자를 한꺼번에 세트화해서 검사하는 단백질 칩이 외국에서 개발됐다. 단백질 칩이란 종양표지자에만 달라붙는 항체를 칩에 붙인 뒤 사람의 피를 칩에 떨어뜨리면 종양표지자가 단백질 칩에 붙어 형광빛을 내게 만든 것.

국립암센터 임상병리과 이영준 과장은 “단백질 칩은 기존에 각각 검사하던 것을 한꺼번에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한꺼번에 전립샘암, 간암, 대장암 등을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지만 필요 없는 검사도 같이 받게 되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전립샘암, 간암, 대장암 등 한꺼번에 9가지를 측정할 수 있는 단백질 칩이 나와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단백질 칩 외에도 유전자 칩을 이용한 암의 진단도 빼놓을 수 없다. 유전자 칩이란 두 가닥으로 돼 있는 유전자 중 한 가닥을 떼어내 칩에 붙인 것. 암이 있는지 검사하려면 사람의 피에서 유전자를 뽑은 뒤 이를 한 가닥씩 풀고 이 유전자를 유전자 칩에 부으면 서로 맞는 유전자 짝끼리 결합한다.

외국과 국내에서 개발된 암 관련 유전자는 대략 10개 정도. 유전자 칩은 유전성이 높은 암을 진단하는 데 주로 이용된다. 유방암이나 난소암 대장암 위암 갑상샘암 등이 대표적.

국립암센터에서는 갑상샘암을 유전자 칩을 이용해 진단하고 있다. 갑상샘암 유전자 칩은 95%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대장암이나 위암과 관련된 연구용 유전자 칩도 개발돼 임상시험 중에 있다.

최근 폐암 방광암 대장암 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가래나 소변, 대변에서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법들이 국내 대학병원에서 연구되고 있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이들 검사법은 60∼70% 정도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 김태유 교수는 “현재 많은 국내업체가 유전자 칩이나 단백질 칩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임상에 적용할 정도로 신뢰성이 확보된 제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분자 영상진단=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시도는 영상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지금까지 암 진단을 위해 사용됐던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등은 대부분 종양 지름이 1cm 이상, 무게 1g 이상이 돼야 알 수 있다. 이때는 암세포 수가 이미 10억개를 넘은 상태.

분자 영상진단은 암세포만 찾아 색깔이나 빛을 발산하는 영상표지자를 환자의 피 속에 넣은 뒤 양전자단층촬영(PET), MRI, 광학영상시스템 등을 이용해 환자의 몸을 찍으면 암이 있는 부위가 영상으로 표시되는 진단법. 0.1mm 크기의 종양도 발견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진단방사선과 문우경 교수는 “분자 영상진단은 암의 조기 진단 외에도 암의 위치와 크기 등에 대한 정보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간암 특이적 조영제’와 MRI를 사용해 1cm 미만의 간 종양을 발견할 수 있는 진단법이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기존 MRI의 경우 100명 중에 80여명의 간암을 진단할 수 있지만 간암 특이적 조영제를 이용하면 100명 중 95명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동물실험 단계의 연구가 진행 중인 분자 영상진단은 20여 가지. 그 중에서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카텝신’에 달라붙는 영상표지자의 경우는 0.1mm 크기의 암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위암이나 자궁암, 난소암의 경우 암세포 표면에 엽산이라는 비타민을 받는 수용체가 있는데 이것만 찾는 영상표지자를 사용해 암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문 교수는 “분자 영상진단은 대부분 연구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혈액검사나 기존에 사용되던 CT, MRI 등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