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 윤덕홍 부총리와 권기홍 노동 질책

  • 입력 2003년 6월 1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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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건(高 建) 총리가 지난달 31일 열린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와 권기홍(權奇洪) 노동장관의 발언과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총리 주재로 정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관련 최종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열린 이 회의에서 고 총리는 국가적 주요 현안에 대한 두 장관의 발언과 보고서 내용이 정책 혼선을 부추키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참석자들이 1일 전했다.

고 총리의 이날 질책은 총리 주변에서 "내각 분위기를 지금 바로잡지 못하면, 계속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장관들에게 끌려다닌다"는 조언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제가 된 권기홍 장관 발언

권기홍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불법파업이라 하더라도 비폭력적일 경우엔 공권력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 참석자들과 논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은 특히 "불법파업이긴 하지만 비폭력적인 형태로 진행돼온 병원파업에 대해 국가가 공권력을 투입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예시하면서 "비폭력적 불법파업에 대해선 공권력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진표(金振杓) 재경부총리 등 일부 참석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즉각 반박했다. .

김 부총리는 "설사 병원파업 등의 예가 있다 하더라도 공권력 배제를 명시할 경우 국가기강이 바로서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 총리는 "권 장관의 발언은 많은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며 "최근에도 권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많은 오해가 발생했다"고 질책하고 "권 장관 말대로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윤덕홍 부총리 보고

윤덕홍 부총리는 NEIS 시행관련 정부의 최종방침에 대해 "교무-학사, 보건, 진-입학 등 인권위 등에서 인권침해를 지적한 3개 영역은 삭제하고 시행"이라고 적힌 보고서를 낭독했다.

이에대해 즉각 고 총리는 "고 3에게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냐. 고 3에 대해선 27개 영역 모두 NEIS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느냐. 보고서만 보면 고3에 대해서도 3개 영역을 빼겠다는 것으로 읽히지 않느냐"고 질책하고 "무슨 보고서를 이렇게 오해가 생기도록 만드느냐. 이런 내용은 당장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고 총리는 "정부의 정책에는 반드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고 윤 부총리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다 "NEIS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회의에서 정부는 `고 3은 대학입시를 위해 올해에 한해 27개 영역 모두에 NEIS를 시행하고, 고2 이하의 경우 인권위 지적 3개 영역에 대해 정보화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간 재검토를 하되 그 사이엔 NEIS,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수기(手記) 가운데 각 학교가 자율선택토록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총리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다른 참석자들 사이에선 "보고서가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납득이 안간다"는 반응이 나와 NEIS 전면 재검토에 항명사태까지 빚었던 교육부 공무원들의 실수이거나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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