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솔티,「데카」녹음50년기념 새음반 두장 선보여

  • 입력 1997년 3월 13일 08시 35분


[유윤종 기자] 뵘, 카라얀, 번스타인… 일세(一世)의 지휘계를 풍미하던 별들이 차례로 진 뒤에도 86세의 노장 게오르그 솔티는 건재하다. 지난 91년 솔티는 22년동안 몸바쳐 강철같은 사운드를 구축했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사라지는 「노병」이기를 거부했다. 90년대에도 수많은 세계의 톱 앙상블들을 매만져왔다. 올해는 솔티가 데카 레코드사에서 음반녹음을 시작한지 50주년을 맞은 해. 그는 이를 기념해 두장의 새음반을 선보였다. 솔티가 베를린 필을 지휘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관현악곡집 및 빈필을 지휘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등 관현악용 변주곡집이 그의 오늘을 집약하고 있다. 각각 다른 개성의 최정상악단을 지휘했음에도 두장의 음반은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솔티는 강건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끝까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 50년의 녹음동안 그의 박자는 언제나 명료했으며 모든 파트가 독자적인 힘속에 움직이면서도 유기적 생명체처럼 좋은 어울림을 빚어내왔다. 카라얀 번스타인과 같은 「내맘대로식」템포나 줄리니처럼 느린 연주는 그에게서 용납되지 않았다. 새로 내놓은 두장의 음반에서도 이런 특징은 마찬가지. 베를린 필을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집에서는 쏟아져내리는듯한 현의 풍요함이 돋보인다. 이 악단을 지휘해 즐겨 슈트라우스를 연주했던 카라얀의 지휘를 얼른 생각나게 하는 경향. 그러나 카라얀이 잠겨오르는듯한 기복과 도취로 현을 두드러지게 했다면, 솔티가 강조하는 현은 오히려 정밀함과 힘을 특징으로 한다. 「차라투스트라…」중 「기쁨과 열정에 관하여」의 질풍과 같은 강력함에서도, 그가 나타내는 표정에서는 「치고 빠지는」듯한 기복보다는 일단 끝까지 밀어붙이는 남성적인 강건함이 돋보인다. 한편 빈 필을 연주한 「수수께끼 변주곡」에서는 다소 템포의 융통성이 아쉬워지기도 한다. 베토벤의 느린악장을 연상시키는 명상적 「님로드(사냥의 신)」변주에서 다소 박자를 늦춰주었다면 훨씬 많은 사람의 귀에 보다 호소력있게 들렸을 법하다. 그러나 현의 풍요로움 특히 아름다운 트레몰로의 표정이 이 점을 보상하고 남는다. 두장의 음반은 최근 솔티의 취향을 반영해 모두 연주회 라이브 녹음으로 제작되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