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60)

  • 입력 1997년 1월 3일 20시 38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50〉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이윽고 나는 대신의 명령에 따라 목에 감았던 쇠사슬이 풀리고, 팔에 감았던 포승이 풀렸습니다. 그러자 대신은 나를 남겨두고 모두 물러나라고 명령했습니다. 대신의 신하들은 모두 자리를 떴습니다. 대신과 나, 이렇게 단둘이 남게 되자 상대는 찬찬히 나를 살펴보며 말했습니다. 「나에게 솔직히 말해다오. 어째서 이 목걸이를 네가 가지게 되었는가 하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비록 진실을 말하고 화형을 당할 지언정, 저는 쾌히 진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나는 최초의 여자와의 사이에 있었던 연애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그 여자가 두번째 처녀를 데리고 온 경위, 첫번째 여자가 질투심을 못이겨 젊은 처녀를 죽이고 사라져버린 일, 그 이후에 내가 시체를 땅에 묻은 뒤 카이로로 갔던 일, 그리고 삼년만에 돌아온 집 안에서 우연히 목걸이를 발견하게 된 일 등을 최대한 소상히 말씀드렸습니다. 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억울한 누명을 쓰느니보다야 낫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신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치더니 마침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동안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세상은 쓰라린 슬픔의 바다, 사람들은 모두 고생병에 걸려 있다. 만나고 헤어짐은 뜬 세상의 법칙이니, 이별을 모르는 사람은 없네. 그리고 대신은 말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너를 찾아갔던 처음의 그 나이 든 여자는 평소에 내가 엄중히 감금하고 있던 딸이란다. 그 딸이 나이가 차자 나는 카이로에 있는 형님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내 조카가 죽었으므로 딸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 그년은 이미 카이로 사람들에게 온갖 음탕한 짓과 추잡한 일을 배워버렸단 말이다. 아무리 감금을 해도 내 눈을 피하여 밖으로 나돌곤 했단다. 그래서 너를 유혹했고, 나중에는 제 친동생까지 끌어냈단 말이다. 자신의 외도가 탄로날 것같으니 제 동생까지 꾀어 너에게 데리고 갔던 거란다. 그 어린 년은 제 언니와는 달리 그런대로 얌전했는데 말이다. 그후 나는 큰 년에게 동생은 어쨌느냐고 물어보았어. 처음에 그년은 모른다고 잡아떼더군. 그러나 끝내 털어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 왜냐하면 그년은 동생을 죽인 죄책감으로 밤마다 헛것을 보곤 하다가 끝내는 견디지 못해 자백을 하더군. 그년은 자신을 짓누르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가 끝내 심장이 터져 죽고 말았어」 여기까지 말하고 난 대신은 고통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나는 대신 앞에 꿇어엎드려 애원했습니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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