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일 걸린 美 총기 개조 규제, 뉴질랜드선 단 6일만에 금지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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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정헌법-총기단체 로비에 총기사건 나고도 실행 미적미적
뉴질랜드, 극우테러 발빠른 대응… 반자동 소총 판매 금지-회수 추진

443일 vs 6일. 미국에서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으로 개조하는 장치인 범프스톡 사용 및 소유 금지령이 26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2017년 58명이 사망한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 발생 443일 만인 지난해 12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첫 총기 규제안이 이제야 집행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50명이 사망한 모스크 총격 사건을 경험한 뉴질랜드는 6일 만인 21일 더 강력한 총기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미국 행정부의 지지부진한 총기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범프스톡은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격범 스티븐 패덕이 이를 장착한 반자동 소총으로 콘서트장에 총탄을 난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범프스톡 규제를 지시한 건 이듬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고교 총격사건 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총격범의 정신 이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자 결국 그는 법무부에 범프스톡 규제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법무부가 범프스톡 금지령을 내놓기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범프스톡 금지령을 올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총기 소지 옹호 단체의 소송에 맞닥뜨렸다. 연방법원은 지난달 말 정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이 단체는 금지령 시행을 미뤄달라고 항소한 상태다.

반면 15일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으로 50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은 뉴질랜드는 사건 6일 만에 총기 규제안을 발 빠르게 내놨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1일 “15일 테러에 사용된 모든 종류의 반자동 소총은 판매가 금지될 것”이라며 이를 다음 달 1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 범프스톡 등의 판매도 금지되며, 개인 소유의 반자동 소총을 사들이는 바이백도 고려 중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에 대해 “뉴질랜드의 빠른 행동은 미국의 느린 총기 규제 속도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속도 차는 미국의 개척 역사, ‘자기 보호를 위해 무장할 권리’를 규정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 따른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 최대 총기 로비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의 자금력과 유권자 동원력이 미국 내 약한 수준의 총기 규제마저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뉴질랜드#미국#총기 개조 규제#극우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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