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컬러풀 코리아” 호주 화가 리디코트 '서울의 시장展'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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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색채미에 흠뻑 빠진 호주의 원로화가 로버트 리디코트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기기자
한국의 색채미에 흠뻑 빠진 호주의 원로화가 로버트 리디코트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기기자
“한국은 색채의 나라입니다. 뚜렷한 원색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면서 놀라울 정도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특히 한국의 시장은 그런 색채의 향연이 가장 생동감을 띠는 공간이에요.”

15일부터 2주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르 생-엑스 갤러리에서 ‘서울의 시장’을 소재로 전시회를 여는 호주의 원로화가 로버트 리디코트(67)는 한국의 색채에 흠뻑 빠져 있다. 그에게는 한국인들이 촌스럽다고 여기는 울긋불긋한 색채의 폭포가 경이와 찬탄의 대상인 것.

그가 캔버스에 유화로 담아낸 것은 서울 남대문시장과 외국인들이 ‘베지 마켓(Veggie Market)’이라 부르는 용산구 한남동 인근 야채시장의 흔한 풍경들. 하지만 그의 눈에 포착된 풍경의 색채는 사뭇 몽환적이다. 시장의 야채와 과일, 꽃의 다채로운 색상이 시장 상인들의 옷과 간판 빛깔과 하나가 되어 소용돌이를 이뤄낸다. 그의 눈에 특별한 프리즘이라도 달린 걸까.

“저는 보색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보색은 빨강과 초록, 노랑과 파랑, 초록과 보라처럼 색상환(色相環)에서 서로 마주보는 위치에 놓인 색입니다. 이 색들을 배색하면 눈의 망막에 강한 잔상을 남길 만큼 선명한 인상을 주지요. 한국의 풍경은 온통 그런 보색의 잔치입니다.”

그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2001년 가을. 주한 호주 대사관 일등서기관으로 부임한 맏딸 매리 제인 리디코트(38)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유럽, 중동 등 수많은 나라를 방문했지만 그해 한국의 가을처럼 아름다운 색깔로 물든 계절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캔버스를 펼치고 4개월간 체류하며 설악산과 오대산 등의 풍경을 담아 서울 인사동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3년째 한국의 풍광을 사진에 담아가 호주에서 작업을 계속해왔다. 전시회는 이번이 3번째.

이번 방한에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7월초면 큰딸과 한국인 사위 최진호(崔眞豪·34·조각가)씨 사이에서 첫 손자가 태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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