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스틴은 정보사회에서 유명함(fame)과 위대함(greatness)의 구분이 흐려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과거 영웅들은 위대했기에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스타는 유명하기에 위대하다. UCC도 그렇다. 예전에 비싼 정보는 정확하고 유익한 지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돈 되는 정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식이 유익하고 정확한지를 가리는 재판관은 이제 ‘지식인’이 아니다. 누리꾼들의 왁자한 댓글과 게시판 토론은 지식인의 영향력 있는 한 마디를 대신해 버렸다. 설득의 방법도 바뀌었다. 이제는 ‘영상 설득력’의 시대다. 잘 짜인 동영상 한 편은 공력 들인 글과 연설을 단번에 잠재운다.
‘CNN 인사이드’의 진행자 조너선 만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UCC 동영상의 문제를 이렇게 진단한다. “한 번 클릭해 들어가면 그곳에는 ‘통제’가 전혀 없습니다.” UCC 동영상의 설득은 머리보다는 감각에 호소한다. 작정하고 편집한다면, 짧은 실수를 과장하여 큰 업적을 묻어 버릴 수도 있다. UCC 때문에 벌어진 논란은 항상 짧고 강한 이미지와 긴 해명이 겨루는 형국이다. 성공의 여신은 항상 이미지 편이다. 그래서 UCC는 민주주의를 우민(愚民)주의로 추락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UCC 쓰나미’는 이를 걱정하는 신조어이다.
따지고 보면, UCC의 속성은 과거 언론의 특징과 별다를 게 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많이 봐야 돈이 된다는 속성은 언론의 생존 법칙이 아니던가. 치우치고 잘못된 보도는 견제 언론과 지식인들의 반박으로 바로잡아졌다. 하지만 UCC 세상에서 이 역할은 누가 하는가? UCC 세상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여론은 맹목으로 흐르기 쉬운 탓이다. 그래서 깨어 있는 시민 의식은 중요하다. 논술교육과 철학이 이 시대에 왜 각광을 받는지 새삼스러워지는 대목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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