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UCC, 민주주의에 도전장을 내밀다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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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웹 2.0시대다. 웹 2.0 시대는 정보 이용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없다. 이에 따라 손수제작물(UCC·User Created Contents), 즉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처음에 UCC는 ‘독자 기자단’ 정도였다. 그러다가 블로그 열풍이 불더니, 어느덧 UCC의 중심은 ‘댓글’의 왁자함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누리꾼들의 동영상이 인기를 끄는 중이다. UCC는 권력과 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부어스틴은 정보사회에서 유명함(fame)과 위대함(greatness)의 구분이 흐려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과거 영웅들은 위대했기에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스타는 유명하기에 위대하다. UCC도 그렇다. 예전에 비싼 정보는 정확하고 유익한 지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돈 되는 정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식이 유익하고 정확한지를 가리는 재판관은 이제 ‘지식인’이 아니다. 누리꾼들의 왁자한 댓글과 게시판 토론은 지식인의 영향력 있는 한 마디를 대신해 버렸다. 설득의 방법도 바뀌었다. 이제는 ‘영상 설득력’의 시대다. 잘 짜인 동영상 한 편은 공력 들인 글과 연설을 단번에 잠재운다.

‘CNN 인사이드’의 진행자 조너선 만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UCC 동영상의 문제를 이렇게 진단한다. “한 번 클릭해 들어가면 그곳에는 ‘통제’가 전혀 없습니다.” UCC 동영상의 설득은 머리보다는 감각에 호소한다. 작정하고 편집한다면, 짧은 실수를 과장하여 큰 업적을 묻어 버릴 수도 있다. UCC 때문에 벌어진 논란은 항상 짧고 강한 이미지와 긴 해명이 겨루는 형국이다. 성공의 여신은 항상 이미지 편이다. 그래서 UCC는 민주주의를 우민(愚民)주의로 추락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UCC 쓰나미’는 이를 걱정하는 신조어이다.

따지고 보면, UCC의 속성은 과거 언론의 특징과 별다를 게 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많이 봐야 돈이 된다는 속성은 언론의 생존 법칙이 아니던가. 치우치고 잘못된 보도는 견제 언론과 지식인들의 반박으로 바로잡아졌다. 하지만 UCC 세상에서 이 역할은 누가 하는가? UCC 세상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여론은 맹목으로 흐르기 쉬운 탓이다. 그래서 깨어 있는 시민 의식은 중요하다. 논술교육과 철학이 이 시대에 왜 각광을 받는지 새삼스러워지는 대목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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