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의 실험? 특검 법안 수정 전격 통과

  • 입력 2003년 7월 8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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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의 '새로운 정치실험'인가. 아니면 '독단적 원맨쇼'인가.

8일 한나라당이 홍 총무의 주도 아래 새 특검 법안을 전격 수정, 법사위를 통과시킨 것은 여야 모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수사 대상을 사실상 '150억원+알파 비자금 사건'으로 한정한 수정안은 "대북송금사건을 제외한 150억원 사건 관련 새 특검은 수용할 수 있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입장에 상당히 근접한 것이다.

▽홍 총무의 전격적 특검 수정=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7일 밤까지도 "새 특검 법안은 원안대로 처리한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치쟁점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8일 오전까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원안 강행 처리에 대비해 '법사위 전체회의를 전면 보이코트하겠다'는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였다. 그러나 홍 총무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가진 뒤 특검 법안 수정을 전격 결정했다. 한 의원은 "회의에선 특검 원안을 강행해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면 '150억+알파 비리 의혹'도 수사 적기(適期)를 놓치게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전격적인 수정안 제시에 당황했다. 민주당 법사위원인 함승희(咸承熙) 조순형(趙舜衡) 이상수(李相洙) 조배숙(趙倍淑) 최용규(崔龍圭) 의원은 10시 55분경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를 국회 법사위원장실로 불러 별도의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

▽한나라당, 수정안 단독 처리와 여진(餘震)=홍 총무는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하며 민주당 의원들을 2, 3차례 설득했지만, 민주당측이 사전 합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며 회의장 입장을 계속 거부하자 갑자기 단독 처리로 맞섰다.

오전 11시 10분경 홍 총무는 김기춘(金淇春) 법사위원장 및 김용균(金容鈞) 한나라당 간사와 회의를 갖고 "민주당이 정 안 들어오면, 그대로 밀고 가자"고 결정했다. 회의는 곧바로 시작돼 10분 뒤 수정안은 가결했다.

홍 총무의 특검 법안 수정 처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뒤숭숭했다. 특히 최 대표는 이날 저녁 홍 총무, 정의화(鄭義和) 수석부총무, 이해구(李海龜) 대북비밀송금진상규명 특위위원장과의 긴급 회동에서 홍 총무에게 "매우 섭섭하다"며 불쾌한 감정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총무는 이에 "민주당의 법안 상정 원천봉쇄 움직임과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원내 전략상 피치 못할 선택을 한 것이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다"고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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