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덕의 도발] 우한폐렴, 독재자 무너뜨리나

    우한폐렴, 독재자 무너뜨리나

    독재 정권은 우발적 사고로 붕괴된다. 2011년 튀니지가 노점상 청년의 분신(焚身) 자살에 의해 무너졌듯, 중국 시진핑 체제도 7일 우한 폐렴의 ‘내부 고발자’ 리원량의 죽음으로 무너질 수 있다. 34살 젊은 나이에 우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중국 후베이성 중앙병원의 안과 의사였다. 작년 12월 30일 저녁 단체 채팅방에 “화난 수산물시장을 다녀온 환자들이 사스 증상을 보이니 검진할 때 보호장비를 쓰라”는 문자를 보냈다가 다음날 중국 공안의 경고를 받았다. 입 닥치지 않으면 유언비어 유포죄로 처벌하겠다는 거다. ● ‘내부고발’ 은폐한 중국 정부 리원량은 입 다물고 진료만 하다 감염돼 병원에 실려 갔다. 중국 보건당국은 1월 11일 우한 폐렴 첫 사망자 발생을 발표하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말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리원량을 유언비어 유포자로 체포하면서 ‘내부 고발’을 은폐했다는 사실은 31일에야 그 젊고, 정직하고, 정의감 넘치는 의사가 병원 중환자실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SNS 동영상에

    •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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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권력은 중독된다…남산의 부장들처럼

    권력은 중독된다…남산의 부장들처럼

    과거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가 “하루라도 대통령을 못 보면 불안해진다”고 한 적이 있다. 차라리 불려가 깨지는 게 낫지, 대통령이 며칠 찾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생긴다고 했다. 권력은 그런 것이다. 치명적 사랑이 중독 되는 것처럼 권력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몰랐으면 모를까 한번 그 맛을 본 사람은, 심지어 권력을 누리다 잃은 사람은, 기어코 권력을 찾으려 들고 찾아선 놓치지 않으려 기를 쓴다. 어떤 정권이든 결국은 비슷하다. 오죽하면 “세상이 바뀌겠어? 이름만 바뀌지…” 대사가 나왔을까. ‘남산의 부장들’ 시대를 살았던 세대는 이 영화에서 정치적 색깔을 빼고 본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우민호 감독이 강조한 대로 “존중과 배신, 충성, 모멸, 자존심,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소용돌이치면서 인간의 감정, 관계의 균열과 파열에서 10·26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시각으로 집중하면, 심오한 심리 느와르가 보인다. ● 남자의 질투는 ‘혁명’도 불사한다 이병헌은

    • 20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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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이란 국민은 위대하다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이란 국민은 위대하다

    정부와 최고지도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이란사람들이 분노해 시위하는 모습은 신기하다. 이란 정부는 8일 격추된 우크라이나 민항기의 잔해를 불도저로 밀어버리며 사실 은폐에 안간힘을 썼다. 이란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이 사흘 만에 “실수로 격추된 사실을 알았을 때 죽고 싶었다”고 자백한 건 심지어 순수해 보인다. 내가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어서인가. 집권세력의 거짓말이나 이중적 행각쯤은 내로남불, 가볍게 넘겨버리고 더는 분노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란에선 가장 분노하는 대목이, 체제를 책임지는 지도부가 비행기 결함에 추락했다고 거짓말한 점이라니 신선하다. 우파든 좌파든, 이슬람이든 무종교이든, 옳은 건 옳은 것이고 거짓말은 옳지 않은 것이다. 이 지당한 사실을 인정하는 이란사람들이 고맙고 감동스럽다. 테헤란에서 반(反)정부 시위 단골 구호인 “미국에 죽음을!” 대신에 “거짓말쟁이에 죽음을!”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외신에 새삼 이란을 다시 보게 됐다. ● 이란혁명은 성직자

    •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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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희망찬 ‘역사의 교훈’을 찾는다면Ⅱ

    희망찬 ‘역사의 교훈’을 찾는다면Ⅱ

    희망찬 새해는 아니어도 새해는 새해다. 새해 첫 도발을 절망적으로 끝낼 순 없어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 듀란트가 쓴 ‘역사의 교훈’을 들여다봤다. ‘문명이야기’ 11권의 대작을 집필한 뒤 1968년 전체를 통독하며 얻은 깨달음을 적은 책이니 손톱만한 희망이라도 찾고 싶었다. ● 혁명지도자의 감춰진 동기는 경제다 역사에 대한 가장 강력한 관찰이 담겼다는 ‘경제와 역사’ 부분은 “카를 마르크스에 따르면 역사는 활동 중인 경제다”로 시작한다. 트로이를 향해 1000석의 함선을 띄운 것은 아름다운 헬레네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야심 때문이고, 프랑스혁명도 루소의 영향이 아니라 중산층이 사업과 무역을 위한 법적 자유와 정치적 권력을 열망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했다. 혁명이든 쿠데타든, 거룩한 명분 뒤에 감춰진 동기는 경제라는 것이 듀란트의 혜안이다. 법무장관을 지낸 조국이 보여주듯, 한때 민주화를 외쳤다는 사람들이, 그들이 비난해마지 않는 반칙과 특권의 보수도 아니면서, 어찌 그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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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희망찬 ‘역사의 교훈’을 찾는다면Ⅰ

    희망찬 ‘역사의 교훈’을 찾는다면Ⅰ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같은 관용구를 당연하게 쓰던 때가 있었다. 올해는 그 말을 쉽게 쓸 수가 없다. 자유민주주의에서 독재로 가는 나라들은 ①위기 때 선출된 지도자가 ②계속 적(敵)을 만들어 공격하면서 ③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해서는 ④선거제와 헌법을 고치는 수순을 쓴다고 지난해 소개할 때만 해도(김순덕칼럼 ‘좌파독재 아니면 우파독재라고 해야 하나’), 설마 우리나라가 그리 가랴 했다. ● 다가올 ‘확실한 변화’ 불안하다 진짜였다. 작년 말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국회 처리되면서 2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인사회 연설대로 ‘국정 기조의 큰 틀’은 바뀌게 됐다. 2020년엔 총선을 통해 ‘더욱 확실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 하겠다”는 다짐을 보면 ‘윤석열 검찰’ 물갈이는 물론이고 대통령 발(發) 개헌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정사회’가 이뤄지고 ‘상생 도약’하여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되면 정말 좋겠다. 우습게도 청와대공직기강비

    •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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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중화제국의 속국으로 살 것인가

    중화제국의 속국으로 살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친일파’의 반대말은 ‘친중파’인 것 같다.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이 독재세력으로 이어졌다”며 우파=친일파로 낙인찍은 문재인 정부였다. 일본에는 의전 결례도 격하게 유감을 밝히면서 중국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다.  홍콩 민주화시위와 신장 인권탄압에 대해 문 대통령이 ‘중국의 내정’이라고 말했다고 23일 중국 언론은 일제히 전했다. 보도가 맞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친중파를 넘어 종중(從中)이라고 할 판이다. ● 설마 중국의 인권탄압도 내로남불?        당연히 청와대는 부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잘 들었다는 취지였다는 거다. 그러나 중국에 유감을 표하지도, 정정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CCTV나 영문 공식 포털엔 지금도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영문으로 옮긴 문장("Both Hong Kong affairs and issues concerning Xinjiang are Chin

    •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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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선거제 개편…북한 주도 통일로 갈 수도 있다

    선거제 개편…북한 주도 통일로 갈 수도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왜 선거제 개편이 없었는지 아는가. 민주화 이전과 달리 민주화 이후에는 집권세력이 정권 창출이나 연장을 위해 선거제를 바꾸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 선거제도 변천사를 고찰한 김용호·장성훈이 2017년 ‘현대사광장’에 쓴 내용이다. “그 결과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기본 틀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 집권연장 위한 선거제는 ‘입법 쿠데타’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 빼고 선거의 룰을 바꾸는 건 민주화를 거꾸로 돌리는 ‘입법 쿠데타’나 다름없다. 쿠데타라는 단어가 싫으면 청와대가 앞장선 ‘선거 유신(維新)’이라 불러줄 수도 있다. 합법적 장기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여당이 제1야당과 합의 없이 감행할 리 없다. 군소 야당과 야합해 공수처법까지 처리하면 검찰이 청와대 관련 의혹을 더 수사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설훈 민주당 의원은 까놓고, 뻔뻔스럽게, 중앙일보에 밝혔다. 청와

    • 20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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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민노총이 반대하면 총리 못한다고?

    민노총이 반대하면 총리 못한다고?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본다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같으면 일갈했을 거다. 민노총이 반대해서 총리 지명을 못 받는다는 김진표 의원 얘기다. 나는 김진표와 일면식도 없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으니 돌연, 그렇다면 총리감 아닌가 싶어진다. 조국 때는 반대여론이 우세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던 대통령이다. 민노총과 함께 반대의 쌍지팡이를 짚고 나선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고위공직자 배출창구로서 한마디 했다고 쳐주자. 대체 민노총이 뭔데 대통령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건가. 정녕 노동자가 주인 되는 ‘노동자 세상’이 온 것인가. ● “친기업·반노동적 김진표 안 된다” 민노총의 반대 이유는 한마디로 친(親)기업·반(反)노동적이라는 거다. 하지만 민노총 성명을 보면 김진표가 노무현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서 꽤 옳은 소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도, 외국자본 투자 기피도 대기업노조 탓으로 돌리며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니, 김진

    • 20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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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연동형 비례제로 독재 굳힌 헝가리처럼

    연동형 비례제로 독재 굳힌 헝가리처럼

    공수처법이 3일 국회에 부의됐다. 집권당은 군소야당 소원대로 선거법을 바꾸는 대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정권 차원의 비리는 묻어버릴 태세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막겠다고 고군분투 중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사법부는 무력화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해질 공산이 크다. 연동형 선거제를 집권세력에 유리하게 악용한 헝가리가 딱 그런 경우다. <사진1·사진2> (사진 설명) 공수처법과 선거법 처리를 둘러싼 입장을 양당 원내 대표가 각각 밝히고 있다. 왼쪽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 오른쪽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 뉴시스 (편집자께, 사진1과 사진2 나란히 써주세요) ● 집권세력에 악용되는 선거제 개편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의 김한나 연구원은 “헝가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 거대한 지배적 정당이 등장해 독점적 지위를 공고화했다”고 최근 논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치적 결과: 헝가리, 루마니아의 선거제도 연구’에서 지적했다. 작년 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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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불순한 연동형 비례제, 절대 반대다

    불순한 연동형 비례제, 절대 반대다

    속았다.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해서 난 상당히 선진적이고 공정한 선거법 개정안인 줄 알았다. ‘진보’를 자부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내놓은 합의안이니 사특(邪慝)하진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정당의 득표율에 의석수를 맞추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를 했다. 문제는 ‘연동형’ 아닌 그냥 비례대표제도 분명 존재하는데(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비례대표제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는 거다. 비례대표 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기자들이 묻자 심상정은 “산식(算式)이 복잡하다”며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식으로 오만을 떨었다. ● 내 칼럼 비판한 뉴스톱에 감사하지만 29일 뉴스톱이라는 매체는 동아일보에 쓴 내 칼럼심상정과 좌파 독재를 위한 ‘야만의 트랙’을 놓고 “전체 의석수를 지지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에 독일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 여러 나라를 줄줄이 열거한 뒤 “김순덕 대기자 같은 이들이 ‘연동형 비례

    •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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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대기자는

  • 학력

    •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2001년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방송과(석사)

    • 2005년

      고려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최고위과정(수료)

  • 주요 경력

    • 1983년

      동아일보 편집국 입사

      문화부 생활부 이슈부 차장

    • 2002년

      논설위원실 논설위원

    • 2007년

      편집국 부국장

    • 2012년

      논설위원실 논설위원(국장급)

    • 2013년

      논설위원실장

    • 2016년

      논설주간(상무)

    • 2018년

      대기자(전무)

  • 저서 및 상훈

    • 2003년

      마녀가 더 섹시하다(굿인포메이션) 출간

    • 2005년

      제14회 대한언론상 논설부문 (대한언론인회)

    • 2006년

      제15회 최은희여기자상

    • 2007년

      글로벌리스트(민음사) 출간 이화언론인상

    • 2009년

      한국참언론인대상 문화부문 (한국언론인연합회)

    • 2011년

      제5회 삼성언론상(논평·비평)

    • 2013년

      제16회 효령상 언론부문 (사단법인 청권사)

    • 2014년

      제26회 중앙언론문화상 신문출판 부문 (중앙대학교)

    • 2021년

      위암 장지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