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권력이동]비대위 구성부터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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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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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대표 역할, 황우여냐 정의화냐… 시작부터 주도권 싸움

정의화 비대위장
정의화 비대위장
그동안 한나라당을 주도해온 친이(친이명박)계가 물러나고, 중립 성향의 새 원내지도부와 소장·쇄신파가 중심이 된 ‘신주류’가 집권여당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지도부 출범 전까지 당무를 맡을 비상대책위원회의 성격과 위상을 놓고 친이계 구주류와 신주류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지면서 당내 지도력을 둘러싼 혼선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 쇄신파 뒤늦은 문제 제기


‘중립의 반란’을 이끈 소장파 의원들은 8일 모임을 갖고 전날 전임 지도부가 의결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에 반발했다. ‘새로운 한나라’ 소속 남경필 정두언 구상찬 권영진 김성식 정태근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새로 선출된 황우여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을 논의한 뒤 이를 추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원내 지도부 첫 행보는 민생 탐방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운데)와 이주영 정책위의장(황 원내대표 오른쪽), 나경원 최고위원(황 원내대표 왼쪽)이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중구 약수역 인근에서 홀몸노인들을 만나 민생 현안을 듣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새 원내 지도부 첫 행보는 민생 탐방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운데)와 이주영 정책위의장(황 원내대표 오른쪽), 나경원 최고위원(황 원내대표 왼쪽)이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중구 약수역 인근에서 홀몸노인들을 만나 민생 현안을 듣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모임의 공동간사인 구상찬 의원은 “물러나는 지도부가 구성한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맞지 않다”면서 “비대위원 면면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새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권한을 대행해야 하고, 기존 최고위원들은 안 전 대표와 동반 사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소장파들의 이런 문제 제기는 자신들이 만든 황 원내대표 체제가 앞으로 주도권을 갖고 당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소장파들이 당초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분리하는 ‘투 톱 체제’ 구상에 동의했다가 예상외로 황 원내대표가 당선되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안경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할 때는 원내대표와 별도의 비대위원장에게 당 대표 역할을 맡도록 하는 이원(二元) 시스템에 별 이의 제기를 않다가, 막상 자신들이 미는 중도파 원내대표가 당선되자 말을 바꿨다는 얘기다. 친이계 한 핵심의원은 “소장파들이 작은 승리에 도취돼 오버하고 있다. 원칙을 잃고 아전인수식 정치공학을 즐기다간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의화, “전대 관리나 하는 비대위원장은 안 맡겠다”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정의화 국회 부의장도 소장파의 문제 제기로 위상이 모호해질 수 있는 비대위 운영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 부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비대위의 추인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비대위가 전대 관리나 하는 것이라면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쇄신도 진실된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말해 시작부터 비대위를 흔드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럴 바에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 비대위원장을 고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초 9일 첫 비대위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13명의 비대위원 중 상당수가 불참 의사를 밝혀 비대위 출범은 의총에서 결론이 난 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 신주류 ‘추가 감세 철회’ 첫 카드로


신임 황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8일 아침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하자마자 서울 중구 신당동의 홀몸노인들을 방문하고 서울 중구 중앙시장에 민생탐방을 갔다.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이런 공개 대외활동을 한 적이 없다. 당 안팎에선 “과거 신임 원내대표들과 차별화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 원내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한나라당의 (부자) 이미지가 하루 이틀 만에 사라지진 않는다”며 “앞으로도 이런 민생탐방을 꾸준히 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익 격차가 커서 법인세 취득세 소득세 등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추가 감세는 어느 정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도 기자들에게 “서민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감세 정책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 당의 정책기조를 변경하는 것인 만큼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지원세력인 소장파 역시 감세 철회에 적극적이다. 정두언 의원은 4일 내년부터 과세표준 2억 원 초과분의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22%에서 20%로 낮추는 현행법을 과세표준 2억 원 초과 100억 원 이하는 20%로, 100억 원 초과는 22%로 수정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도 추가 감세 철회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소득세 인하는 철회해도 법인세 인하는 기업 경쟁력과 외자 유치,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새 원내지도부의 정책 방향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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