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정치적 현실주의의 역사와 이론'

◇정치적 현실주의의 역사와 이론/우암평화연구원 엮음/578쪽 1만5000원 화평사

정치적 이상주의자들은 국제법과 국제적 제도를 만들어 세계평화를 실현하려 시도해 왔지만 제1,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역분쟁으로 인해 이들의 주장은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갔다.

적절한 힘의 균형에 의해 세계평화를 실현한다는 정치적 현실주의는 특히 2차 대전 후 냉전시대의 ‘위태로운 평화’를 지탱해 주는 논리가 됐다. 20세기 말 냉전 종식 후 다시 이상주의자들의 기대감이 상승했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세계 패권 강화와 21세기 벽두의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 등은 정치가 치열한 현실일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킨다.

정치적 현실주의는 시대와 지역, 개별 이론가와 정책 결정자에 따라 다양하게 수용 발전돼 왔다. 정치학자 19명이 모여 정치적 현실주의의 역사와 이론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시도하며 그 연구 성과와 전망을 정리했다.

제1부 ‘현실주의 이론의 형성과 발전’에서는 정치적 현실주의의 사상적 뿌리가 된 마키아벨리부터 탈냉전시대까지 정치적 현실주의가 어떻게 논의되고 변화돼 왔는지 개관했다.

제2부 ‘현실주의의 국가별 적용과 특징’에서는 현실주의 이론과 대외정책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정치적 현실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켜 왔으며 이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별 특징은 무엇인지에 관해 밝혔다.

제3부 ‘한국 현실주의의 이론과 실제’에서는 서구의 정치적 현실주의가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 발전돼 왔는가에 대해 고찰하고 통일·외교 문제, 한미동맹, 한국 핵정책, 한국인의 대외인식, 동아시아 지역협력 문제 등 정치적 현실주의와 관련된 핵심 주제들을 선별해서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키며 체계적 분석을 시도했다.

정치적 현실주의에 대한 체계적 연구서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심 있는 독자들과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