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우익수 이종범, 이병규?

  • 입력 2002년 2월 25일 11시 20분


우익수가 어깨가 좋아야 한다는 것은 야구를 보는 - 그것이 미국야구든 한국야구든 -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특히 주자 2루 상황에서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잡기 위해 우익수가 잡자마자 뿌리는 '레이저 건' 송구는 야구에서 가장 역동적인 모습 중 한가지 입니다.

혹시 신언호라고 기억하십니까? 아마도 한국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그보다 더 좋은 어깨를 가졌던 선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가 홈으로 뿌린 송구가 다이렉트로 포수 뒤편의 철망에 맞았다는 전설은 초기 한국 프로야구의 팬들이라면 잊지 못하는 에피소드 중 한가지 입니다. 현재도 한국 야구에서 '레이저 건' 송구를 할 수 있는 외야수들은 주로 우익수에 배치되어 있으며, 심정수, 심재학, 송지만 등 철벽의 우익수들이 이따금씩 보여주는 절묘한 홈 송구는 그들의 시원한 대포 한 방 만큼이나 보는 이를 매료시킵니다. 하지만 2002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야구팬들은 이런 우익수 부분에서 두 명의 새로운 스타 선수를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종범과 이병규.

바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물 타자'들인 이 두 명의 선수가 올 시즌부터 우익수로 그라운드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먼저 이종범의 경우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우익수로 바꾸게 됩니다. 첫번째 이유. 지난 시즌 중반 이후 팀에 가세했으면서도 전혀 녹슬지 않는 기량을 보였던 그는, 사실 올해도 내야수로 출장해도 '이종범 레벨'의 성적은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없는 동안 팀 내 좋은 내야수를 기르는데 성공한 팀 사정상(게다가 올해는 대학 최고의 내야수까지 입단했습니다) 그가 내야수를 맡는다는 건 팀 전력 상 낭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반대로 외야수의 경우에는 그 질과 양에서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게 현재의 기아 모습입니다. 이종범이 외야수로 전향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나이'입니다. 이종범 역시 흐르는 세월을 버틸 수 없을 것이고, 선수 생황을 좀 더 장기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내야수, 그것도 내야에서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한 유격수를 맡는 것은 올 시즌에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를 생각한다면 부담이 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게다가 이미 일본에서 외야수에 대한 적응을 어느 정도 끝낸 바 있고, 무엇보다도 기아라는 팀에서 이종범에게 원하는 건 그의 탁월한 수비 실력보다는 폭발적인 타격 능력이란 점도 고려를 했을 것입니다. 그가 외야수용 글러브를 끼는 것은 한국 땅에 발을 내딛으면서부터 정해진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다만 왜 중견수가 아니라 우익수였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체력적인 부담과 팀 내 가장 강력한 어깨가 고려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종범 본인이 말했거나 그를 잘 알고 있는 김응룡 현 삼성 감독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익수 자리에서 '신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면 의외로 그의 우익수 전환은 실패(공격에서의 실패를 의미합니다)로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병규의 경우는 좀 색다른 예입니다. 사실 데뷔 이후 이병규에 대해서 생각나는 모습은 국내에서 가장 넓다는(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잠실 구장에서 빠른 주력으로 자신의 머리를 넘어가는 볼(이게 외야수들이 가장 잡기 힘든 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을 잡아내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삼성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던 매니 마르티네즈가 LG 트윈스로 이적해오면서 이병규는 우익수로 '업종 전환'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말티'의 수비 능력 때문이랍니다. 사실 지난 시즌 말티가 보여주던 수비 능력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신인' 외야수와 '초보' 외야수의 수비 영역을 커버하느라 고생이 심했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의 수비력에 관해선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구 구장과 잠실 구장은 외야수가 커버하는 수비 범위로만 따지면 그 보여지는 숫자 이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국 괜히 포지션 변경시켜서 매니 마르티네즈에게 기대하는 공격력을 상실하는 모험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외야 수비력에 관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표현되는 이병규를 좀 더 '쉬운' 우익수로 변경시키기로 LG의 김성근 감독은 결정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를 우익수로 변경하면서 얻는 장점도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말한 것처럼 1루수 키를 넘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짧은 안타 중 몇 개를 더 처리해낼 수 있는 메리트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너무 간과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건 프로야구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에서의 홈 송구 시 이병규는 이종범과는 달리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병규의 어깨는 평균은 될지 몰라도 리그 수준급의 어깨라고는 볼 수 없으며, 앞으로 7개 팀들의 3루 주루코치들은 대 LG에서 짧은 안타가 나와도 모두 팔을 돌리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성근 감독은 이병규가 한 템포 빠른 땅 볼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약점인 어깨 부분을 '신속한 송구'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시즌이 열려봐야 알 수 있는 일 일 뿐입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이병규에게 기대해야 하는 수비는 신속한 송구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케니 로프턴 같은, 담장을 짚고 점프하는 펜스 주위에서의 탁월한 포구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종범과 이병규. 여하튼 후일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남을 '예비' 명예의 전당 후보들(만일 이 땅에도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말입니다.)이 올 시즌 한국 프로 야구팬들에게 보여줄 색다른 재미는 꽤 기대할 만 합니다. 그런 기대가 경쾌한 방망이 소리를 들려주는 배팅이나 모든 홈 팬들을 일어나게 만드는 절묘한 슬라이딩이 아니라 항상 메이저리그를 보면 볼 수 있었던 '꿈의 수비력'이란 점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사실 그들의 공격력은 기본적으로 보여져야 하는 일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익수' 이종범과 이병규. 야구장에서 전광보드를 켜시는 분이나 KBO 기록원들이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올 한해 동안은 봐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빨리 4월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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