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국 '인간복제 기지' 되나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9분


미국의 복제회사인 클로나이드가 최근 한국 공략에 적극 나섬에 따라 자칫 우리나라가 첫 번째 인간복제 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이들의 주장에 동조해 인간 복제를 찬성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과학기술부는 인간복제를 금지할 법률의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클로나이드의 인간복제 프로젝트 책임자인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가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등 이 회사가 한국을 복제 기지로 추진하는 것은 국내에 아직 인간복제를 제재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클로나이드의 창설자인 끌로드 라엘도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서 복제를 추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복제를 금지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99년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소 복제에 성공하는 등 복제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고, 난자 관리 등이 엉성해 인간 복제를 시도하기가 쉽다.

지난 98년 11월에는 경희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복제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국제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라엘의 방한이후 국내에서는 인간복제에 대해 다소 과열된 분위기까지 일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라엘의 강연회에는 500여명의 청중들이 모여들어 그의 인간복제 주장을 들었으며, 이날 강연을 들었다는 한 시민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지금이라도 당장 복제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인간복제에 대한 무비판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최근 복제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심심치 않은 실정이다.

이미 8명의 한국인이 클로나이드에 복제를 신청했다. 또 클로나이드는 한국인 대리모를 확보했고, 복제에 협력할 한국인 과학자까지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인간복제에 대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인간복제 저지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5일 보건복지부 등에 클로나이드에 협력하는 의사 및 과학자에 대해 병원 설립허가 취소와 의사면허를 박탈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인간복제를 시도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과학기술부는 배아연구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을 이유로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내용의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내년 이후로 늦추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기부의 관계자는 “내년 3월에 생명윤리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과학계가 반대하고 있고, 부처협의도 필요해 과연 그때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환석 시민과학센터 소장(국민대 교수)는 “클로나이드와 같은 반사회적인 기업이 인간복제를 시도하더라도 처벌할 수조차 없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생명윤리기본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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