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共수사 인권침해 없도록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국가안전기획부법을 고쳐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죄와 불고지죄를 안기부의 수사권한으로 부활시킨 것은 최근 우리 사회의 안보정세변화를 반영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지난 93년 문민(文民)개혁정치 본보기의 하나로 축소했던 안기부 수사권을 3년만에 되돌려 준 것은 안보상의 위협이란 현실을 고려한 때문이다. 수사권 남용의 폐해를 들어 안기부법 개정에 반대해온 야당의 논리와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의 한총련 폭력시위, 고정간첩 「깐수」사건, 북한잠수함침투 등 일련의 사건들이 드러낸 안보의 허점은 대공(對共)태세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기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남은 과제는 수사권을 되찾은 안기부가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를 하지 않고 법개정 목적에 충실하는 것이다.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는 정치사찰 등을 통해 국내정치에 대한 영향력만 키우고 국민의 인권을 유린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의 소리에 귀를 귀울일 필요가 있다. 또 법개정 추진의 계기가 된 한총련사태 등은 안기부 등 관련기관의 직무태만에도 원인이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안기부의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사례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안보를 구실로 사법절차를 적당히 생략하거나 무시할 경우 이번 수사권 확대의 정당성은 많이 희석 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의 방어권보장 등은 검찰과 경찰만이 지켜야 할 원칙이 아니다. 안기부가 대공수사를 하면서도 꼭 지켜야 할 민주국가 형사소송의 기본적 가치다.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가혹행위를 한다고 하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안기부가 대공수사를 하면서 무리하게 용공(容共)으로 얽었다가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93년의 법개정때 안기부의 권한남용을 막기 위해 새로 만든 조항들을 제대로 지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본다. 정치관여의 금지, 수사의 적법절차준수 조항 등이 그것이다. 안기부법은 이런 조항들을 위반할 경우 정치관여죄와 직권남용죄로 상당히 무거운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이다. 적법절차 없이 체포 감금할 수 없음은 물론 피의자의 법정방어 준비를 위해 필요한 변호인 접견권 등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안보상의 필요에 의해 안기부의 수사권을 확대했다고 해서 국민의 인권침해와 정치사찰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다. 대공수사는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아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래야만 대공수사권이 안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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