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바라트’로 국명 바꾸려는 인도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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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국명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2016년 이미 인도 대법원으로부터 국호 변경 건을 기각당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바라트(Bharat)’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했습니다. 영문 국가명인 ‘인디아(India)’가 엄연히 있는데 왜 이러는 걸까요?

그 중심에 힌두 민족주의가 있습니다. ‘인디아’는 1858년부터 1947년까지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이 사용한 국명입니다. 반면 ‘바라트’는 힌두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인도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 때문에 현 집권 여당인 인도 인민당(바라티야 자나타당·BJP)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73·사진)는 인디아라는 명칭이 식민 지배의 잔재이기 때문에 바라트가 유일한 국호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익히 알다시피 인도는 ‘카스트’에 의한 계급적 차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14억 인구의 80%인 힌두교 신자들과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의 갈등과 분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최근 수십 년간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에 벌어진 분쟁은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요디아 사원 분쟁입니다. 1992년 과격한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인도 북부 아요디아의 이슬람 사원이 힌두교 성지에 세워진 거라며 때려 부수었고, 이는 전국적인 유혈사태로 이어졌습니다. 2000명 넘게 죽은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선거철만 되면 다시 거론되면서 종교 갈등에 불을 붙입니다.

그 한가운데 모디 총리가 있습니다. 2014년 이후 9년째 집권하고 있는 모디 총리는 8세부터 우파 단체인 RSS에 가입해 정치적 기반을 닦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정치인입니다. 모디 정부는 힌두교도의 권익만 옹호하고, 다른 종교나 민족 집단에 차별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민생이나 경제와 같은 중요한 이슈들을 소홀히 한다는 불만과 함께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한다는 비난도 있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모두 모디와 친한 재벌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의 제1야당인 INC는 올해 5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이어 다른 정당들과 함께 ‘인디아’라는 정치 연합을 구성한 상황입니다. 모디 정부로서는 위협을 느낄 만합니다. BJP가 국명을 힌디어 명칭 바라트로 고집하는 것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힌두교도들의 표를 모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디의 3선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52%에 이른다고 합니다. 여전히 모디 총리의 인기는 높습니다. 그 가운데 해외 언론은 모디의 3선 성공이 인도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거라고 우려합니다. 모디 정부의 국명 변경 움직임은 힌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소수민족과 무슬림 인구를 배제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것 같습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인도#국명 변경#바라트#나렌드라 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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