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장관상 4명… “봉사, 어렵지 않아요”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은선 양과 오민석 군, 한유진 서인영 양(왼쪽부터)이 11일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시상식장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했다. 저소득층 학생이나 시골의 모교 후배를 위해 봉사하는 등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학생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유은선 양과 오민석 군, 한유진 서인영 양(왼쪽부터)이 11일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시상식장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했다. 저소득층 학생이나 시골의 모교 후배를 위해 봉사하는 등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학생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자원봉사를 하려면 돈이 많아야 할까. 재능을 기부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할까. 남을 도우려면 특별한 능력을 갖춰야 할까. 서인영(18) 유은선(18), 한유진 양(16)과 오민석 군(15)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살려 남을 도왔다. 봉사를 실천한 자세를 높이 평가해 한국중등교장협의회와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이 제14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수상자 40명을 선정했다. 서 양과 유 양은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한 양과 오 군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11일 시상식장인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이들을 만나 따듯한 이야기를 들었다. 》
▼ “숙제 돕다보면 제 희망도 한뼘씩 자라요” ▼

대입준비중에도 아동센터 꼭 찾는 서인영양

서인영 양은 집 근처의 부산 동구 좌천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간다. 일주일에 5, 6일씩이다. 센터에서 초등학생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요즘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거르지 않는 일이다.

아동센터에 처음 간 때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다. 아빠는 건강이 나빴고 엄마는 일 때문에 바빴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아동센터에서 공부를 하고 밥을 먹었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주변 친구들보다 좋은 성적을 얻기 시작했다.

아동센터 교사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힘든 일을 겪을 때 “그래도 선생님에겐 네가 최고야”라는 말을 들으면 특히 그랬다. 자신이 도움을 받았으니, 자신도 도움을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생뻘인 센터의 초등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서 양은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1학년 때 자퇴했다. 힘들었다. 하지만 꿋꿋이 이를 악물었다.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쳤다.

시련을 잘 이기면 언젠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자신도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쫓겨도 아동센터는 빠지지 않고 간다. 여기서 지내는 아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아동센터에서 서 양은 ‘멘토’로 불린다.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얘기했다.

“환경 탓을 하지 않고 희망과 자신감을 얻는 법을 봉사활동을 통해 배웠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꾸준히 도우며 살겠습니다.”
▼ 봉사도 SNS로… 블로그로 교육정보 나눠 ▼

‘솔모네집’ 운영… 청심국제고 한유진양

“세상에는 큰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정보가 부족해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들을 도와주며 교육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유진 양(경기 가평 청심국제고 1학년)은 교육 분야 파워 블로그인 ‘솔모네집’ 운영자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09년 자신의 별명인 ‘솔모(청솔모)’를 따서 블로그를 만들었다. 하루 평균 방문자는 6000∼7000명.

교육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든 맞벌이가정, 취약계층 가정의 자녀를 위해 시작한 일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쉽지 않았다. 교육정보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한 후 알짜배기 정보를 선별해서 올려야 했다. 생활기록부에 봉사시간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즐거워한다.

시간을 많이 쏟는 바람에 중학교 2학년 때는 성적이 떨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둘까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꿨다. 방문자가 남긴 댓글과 메일에서 힘을 얻었다.

‘어른으로서 내 아이만 잘되게 하려고 나누지 않았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돈이 없어서 주말에 집에만 있었는데 무료 행사를 알려줘서 좋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평소 심장병 환자에게 관심이 많았기에 방문자를 대상으로 이들을 돕는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네이버에서 ‘해피빈’이라는 아이템을 기부 받는다. 교육과학기술부 홍보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받은 장학금도 보탰다.

한 양은 봉사와 기부활동을 모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한다. 봉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 시골 모교서 방과후 수업 “제자가 20명” ▼

초등교 과학교실 진행… 무안몽탄중 오민석군

몽탄은 전남 무안의 작은 마을이다. 교통과 교육 여건이 모두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자기가 후배들을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민석 군(무안몽탄중 3학년)은 이렇게 마음먹고 2년 전부터 몽탄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한다. 한 달에 두 번씩 ‘재미있는 과학교실’을 연다. 후배 20여 명이 배우고 있다.

오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교사의 추천으로 군교육청이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에 다녔다. 과학에 재미를 느꼈다. 사교육을 받기 힘든 시골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과학교실에서 수업에 필요한 교재는 오 군이 직접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다. 마땅한 교실이 없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지만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2학기부터는 모교인 몽탄초교가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과학실을 주말마다 빌려준다. 준비물이나 재료도 준다. 더 많은 후배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해달라는 뜻이었다.

이런 아들을 보며 부모는 걱정했다. 후배를 가르치는 데 몰두하다 공부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니냐는. 오 군은 좀 더 체계적으로 시간을 배분해 수업 준비를 하면서 안심시켰다.

오 군은 “최근엔 제가 모교를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는 사실이 군교육청을 통해 알려져 주변 학교에서도 벤치마킹을 한다. 졸업생이 모교를 찾아 교육 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뿌듯하다”며 웃었다.
▼ 노숙인 배식 3년 “생각이 부쩍 커졌어요” ▼

일주일에 4, 5일 참여… 서울여고 유은선양

유은선 양(서울여고 3학년)은 서울역 인근 노숙자선교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일주일에 4, 5일씩 찾아가 식사 준비, 배식, 설거지를 돕는다. 3년 전부터 해온 일이다.

봉사활동은 엄마의 권유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냥 어색하고 불편했다. 엄마가 배식을 하며 음식을 건네면 먹지 못했다. 뭔가 찝찝했다.

노숙인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면 특히 힘들었다. 혹시나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 도망가려고 한 적이 많았다. 곁에 가면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혹시나 질병을 옮기진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자주 보면서 이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배식을 하면서 말을 걸어 보니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자신이 실수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면 노숙인은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들에게 마음을 열면서 유 양은 옷을 기부했다. 부모와 친척들이 도와줬다. 지금까지 40벌 정도를 3, 4회에 걸쳐 전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옷을 깨끗이 세탁해서 주는 일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학생인 자신으로서는 최선이라고 봤다.

유 양은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변했음을 안다. 요즘은 몸이 아프거나 날씨가 심하게 좋지 않아 봉사활동을 가지 못하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할 정도다. 봉사가 일상이 됐다면서 포부를 밝혔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어요. 복지제도를 깊이 공부하고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싶네요.”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장관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