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 제물포고 2학년 김병준 군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난생처음 들어본 성적 칭찬… 공부 욕심이 새록새록, 이제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인천 제물포고 2학년 김병준 군(16·사진)은 중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다. 수업이 끝나면 단짝 친구 7명과 집 근처 공부방에 모였다가 노래방, PC방으로 향했다. 중1때까지 평균 80점대를 유지하던 김 군의 성적은 중2 첫 중간고사 때 40점대로 떨어졌다.

떨어진 성적 때문에 부모님께서 걱정하시자 중2 기말고사를 앞두고 친구들과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교과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보다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공부해야 하는데…’란 혼잣말만 되뇌었다. 하지만 다시 책을 봐도 집중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순간 ‘도대체 왜 저렇게 힘들게 공부를 하지’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공부에 의욕을 잃은 김 군은 도서관을 나서 PC방으로 향했다.》
○ 어려운 수업 내용, 공부의 발목을 잡다

고교에 진학한 후에도 김 군은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오히려 김 군에게 시험기간은 ‘정오만 되면 학교를 벗어날 수 있는 날’이었다. 성적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고1 1학기 기말고사 땐 친구와 “시험 문제를 모조리 찍어 적게 맞힌 사람이 더 많이 맞힌 사람에게 PC방 이용료를 내 주자”는 내기도 했다.

수업시간에는 매일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깨어있을 때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야간 자율학습 때에도 마찬가지. 엎드려 잠을 자거나 추리소설을 읽는 데 몰두했다. 가끔 몰래 야간 자율학습을 빠져나와 집에서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기도 했다. 고1 2학기 때 김 군은 성적이 크게 떨어졌음을 실감했다.

“수학은 성적에 따라 A∼D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돼요. 배치고사 성적에 따라 반편성이 이뤄졌던 고1 1학기 땐 중상위권인 B반이었죠. 고1 1학기 중간·기말고사 평균 수학점수가 39점이었던 탓에 고1 2학기 땐 D반으로 떨어졌어요.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해 기초 실력이 있었다고 믿어왔는데 아니었던 거죠.”

친구들과 헤어져 D반으로 걸어가면서 ‘이제 정말 하위권이 됐다’는 걸 실감했다. 다시 수업에 집중하려 노력했지만 한번 뒤처진 수업 진도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되니 흥미가 떨어졌다. D반에서도 꾸벅꾸벅 졸았다. 다른 과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성적은 더 떨어졌다. 고1 2학기 중간·기말 평균 등수는 전교 390명 중 331등. 반에선 33명 중 31등이었다.

○ 하위권에서 상위권 모범생으로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김 군은 수업시간 50분 내내 단 1초도 교사와 칠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수업내용 중 이해가 되지 않는 개념이나 풀지 못한 문제가 나오면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사를 쫓아가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한다.

추첨으로 자리가 정해지는 문학, 물리Ⅰ 등의 수업엔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자리에 앉지만, 교실을 이동해 수업하는 까닭에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생물Ⅰ 등의 수업 땐 항상 맨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자리에 앉는다. 최대한 교탁 가까이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필기를 전혀 하지 않던 탓에 학기가 끝날 때에도 새것과 같던 김 군의 노트. 고2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현재 다양한 색깔의 볼펜으로 수업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김 군의 태도가 바뀐 건 집에서도 마찬가지. 온라인 게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문을 닫고 거실에서 공부를 한다. 혹시라도 공부를 하다 깜빡 조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중3인 여동생을 공부파트너로 삼았다. 너무 졸려 공부에 집중이 안 되면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후, 새벽 2시까지 자율적으로 ‘보충 공부’를 한다. 김 군의 고2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반에서 4등, 자연계열 학생 188명 중 47등으로 수직상승했다.

“제 성적표를 본 친구들이 ‘혹 커닝한 건 아니냐’고 묻기도 해요. 어리둥절해 하시던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이제는 ‘열심히 한다’며 칭찬해주시고요.(웃음)”

○ 칭찬과 긴장, 성적 향상의 양 날개

김 군이 180도 바뀔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김 군은 “‘칭찬’과 ‘긴장’이 성적 향상의 원동력이에요”라고 답했다.

“고2 담임이자 화학Ⅰ 담당 선생님이 정말 재미있게 수업을 하셨어요. 실제 분자모형을 보여주시는 등 교과서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셨죠. 졸릴 때 즈음 해주시는 군대 얘기, 연애 얘기도 재밌었고요. 특히 선생님의 성적 향상기는 제게 큰 자극이 됐어요.”

김 군의 고2 1학기 중간고사 때 화학Ⅰ 성적은 80점. 수업시간에 한 번도 졸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신나는 마음에 담임 선생님께 달려가 자랑을 했다. 선생님은 “앞으로도 그렇게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겠다”고 김 군을 격려했다.

“처음 듣는 칭찬이었어요. 기뻤죠. 동시에 ‘내 진짜 실력이 아니라 운 좋게 높은 점수가 나온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많이 됐고요.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진짜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김 군은 수업시간에 집중했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시험시간엔 시험지를 나눠주기 바로 전까지도 긴장을 풀지 않고 요점정리 노트를 반복해 봤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기초가 부족했던 국어, 영어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평소 흥미가 있던 과학 과목은 생물Ⅰ이 96점, 지구과학Ⅰ이 88점 등 점수가 크게 올랐다. 성적 향상에 대한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공부에 대한 모든 게 즐겁게 느껴져요. 성적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혹시나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불안감까지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욕심도 커졌어요. 국어, 영어 내신 점수뿐 아니라 고3 수험생활을 앞두고 모의고사 점수까지 올리고 싶어요. 자신 있어요. 이제 제 공부사전에 포기란 말은 없어요.”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