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배치표 통해 본 2006~2010 선호학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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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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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생명과학 뜨고 자유전공학-한의예 시들

《매년 입시업체 등에서 발표하는 대입 배치표는 수험생이 대학 지원에 앞서 많이 참고하는 자료 중 하나다. 입시요강이 다양해지면서 대학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방법이나 비율이 다르고 모집 학군도 변하기 때문에 배치표에만 의존해 대학과 학과를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최근 배치표에서 나타나는 학과들의 위치 변동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선호 학과를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배치표를 분석해보면 입시제도, 경제 상황, 취업 전망에 따라 선호 학과의 추이가 달라진다.》

로스쿨로 법대 없어진 상위권대, 경영대가 간판 역할
사범대, 교원수 동결로 하락세… 취업 잘되는 학과 인기

○ 새로운 ‘간판’이 된 신(新)학과들

대학 입시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입시기관의 배치표에는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부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유웨이중앙교육 2010 정시 입시 전략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배치표를 보며 점수대에 따른 지원 전략을 짜고 있다. 김재명 기자
대학 입시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입시기관의 배치표에는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부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유웨이중앙교육 2010 정시 입시 전략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배치표를 보며 점수대에 따른 지원 전략을 짜고 있다. 김재명 기자
배치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학과는 개설하자마자 단번에 배치표 상위에 오르는 학과들이다. 성균관대 글로벌경영과 글로벌경제가 대표적이다. 2007학년도까지 성균관대 인문계 최상위 학과는 배치표에서 고려대 연세대 인문학부와 비슷한 위치인 법대였다. 그러나 2008학년도에 법대가 없어지고 생긴 글로벌경영은 고려대 경영, 연세대 사회과학부와 비슷한 위치로 올라갔다. 이에 힘입어 2009학년도에 개설한 글로벌경제는 글로벌경영 다음가는 위치를 차지했다. 김준영 성균관대 대외협력처장은 “글로벌경영 경제는 해외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미국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시대를 이끌 차세대 인재를 위한 학과”라며 “대학생활 전반을 교수가 직접 관리해주는 멘터링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새로 생겼지만 인기를 모으는 학과 가운데는 경영·경제학을 기반으로 한 학과가 많다. 한양대는 올해 처음 개설된 파이낸스경영학과가 인문계 학과 중 최상위를 차지했다. 인하대는 아태물류학부, 글로벌금융학부 등 기존 경영학과에서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학과들이 최상위다. 중앙대는 지난해 도입한 자유전공학부를 올해는 모집하지 않고 대신 공공인재학부를 만들었다. 공공인재학부는 올해 배치표에서 중앙대 인문계 학과 중 최상위다.

○ 한의학과 선호도 낮아지고, 생명과학 선호도 높아져

자연계 학과 최상위는 매년 의대가 차지하고 있다. 의대뿐 아니라 치의예, 약학, 한의학 등 의학과 관련된 학과 선호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2006년과 2010년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나타난다. 한의학과가 배치표에서 평균 한 칸씩 내려왔고 지방 의과대학의 선호도도 다소 낮아진 모습이다.

경희대, 대구한의대, 동의대 등은 2010학년도에 인문계에서도 한의예과를 모집한다. 입시전문가들은 “한의학과 선호도가 내려가면서 자연계뿐 아니라 인문계에서도 우수한 학생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의예과 선호도는 예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서울대 수의예과는 2006학년도에는 세 번째로 높았지만 2010학년도에는 서울대 자연계 학과 중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수의예, 한의예과 선호도가 떨어진 만큼 생명과학계열, 생명공학계열 학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2006학년도에 공대 최상위 학과는 대부분 전기전자, 컴퓨터공학, 건축 등이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지방 의대는 수도권 생명과학계열 학과에 다소 밀리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의대를 제외하면 서울대 최상위학과는 생명과학부이고 고려대 최상위학과는 화공생명공학과, 연세대는 생명공학과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연구소장은 “생명공학 등을 전공하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은 데다 최근 생명과학 분야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범대는 최근 들어 교원임용시험 합격이 어려워지고 교원 수가 동결되는 여파로 점차 순위가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 자연계에서는 의대를 제외하고 수학교육과가 최상위였고, 인문계에서는 국어교육, 영어교육 등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들 학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그 대신 반도체시스템학과나 금융공학, 관광학, 외식업과 관련된 학과 등 취업과 연관성이 큰 학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경제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취업이 잘되는 학과는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는 반면 취업이 어려워진 학과의 선호도는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기는 별개?

지난해 각 대학이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만든 자유전공학부의 인기는 1년 만에 시들해졌다. 2009학년도 배치표에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최상위인 경영대 다음가는 위치였지만 2010학년도 배치표에서는 사회과학계열 밑으로 떨어졌다.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배치표에서는 경영학부보다 높았지만 올해는 낮아졌다. 고려대 자유전공은 지난해 배치표에서 최상위인 기존 법대 위치였지만 올해는 경영대, 정경대, 미디어학부보다 낮다. 입시전문가들은 “자유전공학부의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특별한 이점이 없고 소속감도 떨어지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 선호도가 내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 인문계 학과 중 최상위는 대부분 경영계열 학과들이 차지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후 법대가 없어지면서 경영계열 학과의 강세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영덕 소장은 “앞으로도 경영대가 각 대학의 간판 역할을 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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