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종류가 이렇게 많아?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대학들 다양한 교수 영입제로 강단 개방

“현장 지식-경험 전달”

외부인사 초빙 늘어

비정규직 적지 않아

고용 불안 부작용도

《공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A 씨는 오랜만에 대학 동창모임에 참석했다가 친구들의 명함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직, 기업체 등 다방면으로 흩어진 동창들의 명함에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의 직함이 추가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 유학도 가지 않고 관련 학위도 없는 친구들이 교수가 됐다는 사실에 A 씨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박사 받아야만 교수하나”

최근 대학들이 석좌, 기금, 겸임, 초빙, 계약교수 등 다양한 형태의 영입교수 제도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3월 현재 서울대 교수 현황을 보면 전임교수(정·부·조교수) 1786명, 전임대우를 받는 연구교수와 강의교수 98명을 제외한 겸임교수(353명) 기금교수(239명) 석좌교수와 초빙교수(44명) 두뇌한국(BK)교수와 인문한국(HK)교수(75명) 등 비전임 영입교수만 711명이다.

대학이 이처럼 교수직을 다양화하는 것은 다양한 배경의 외부 인사에게 강단을 개방할 필요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황규호 이화여대 교무처장은 “기업에서 10∼20년 홍보담당자로 일한 분을 언론홍보학과 겸임교수로 임용하면 학생들이 현장의 경험과 지식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기금, 석좌, 겸임…종류만큼 대우도 다양

초빙, 겸임, 석좌교수 제도는 국내외 석학들이나 정관계, 재계 등 관련 부문 인사의 영입에 주로 활용된다.

조선대가 3월 석좌교수로 임명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수석부위원장이 대표적인 사례. 이인호 전 서울대 교수와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은 KAIST에서 각각 김보정 석좌교수와 초빙특훈교수로 일하고 있다. 박덕배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부경대 석좌교수로, 소설가 이문열 씨도 3월부터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가수 장윤정과 옥주현은 각각 서울예술종합학교와 동서울대 겸임교수로 임명된 바 있다.

겸임교수나 초빙교수 제도는 지명도가 떨어지는 대학에 효과적인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방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학생이 감소해 고민하던 대학이 유력인사를 겸임교수로 초빙한 뒤 경쟁률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며 “영입 교수 후보자를 검토할 때 홍보에 미칠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들의 대우는 지명도에 따라 천차만별.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전임교원에 크게 못 미치며 월 급여 100만 원을 간신히 넘는 대학도 적지 않다. 기금교수와 석좌교수는 대학에 기탁된 발전기금의 이자 등으로 급여를 받는다. 그래서 교수직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2004년 KAIST 김동원 교수가 부친 고 김보정 옹에게서 받은 유산을 학교에 기부하면서 만들어진 ‘김보정 석좌교수’가 대표적이다.○ “홍보 가치 못지않게 실력도 중시해야”

‘교수’ 직함은 달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교수도 적지 않다. 기존의 시간강사가 맡았던 학부생 교양 강의를 담당하는 ‘강의전담 교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 BK21 계약교수나 HK 계약교수는 준정규직으로, 월 2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교수 제도 다양화로 비전임 교수가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영경 성공회대 강사는 “초빙교수 계약을 맺고 시간강사급으로 대우하는 대학도 있다”며 “교수직을 원하는 외부 인사와 홍보 효과를 노리는 대학의 이해관계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는 인사에게 강단을 내주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기업체 출신 교수로 초빙, 학생들 취업 해결도▼

국책연구기관 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퇴임한 B 씨(55)는 최근 지방의 한 사립대와 1년간 초빙교수 계약을 했다. 보수는 월 150만 원. 얼마 뒤 이 학교 측은 B 씨에게 “내년까지 초빙교수 계약을 연장하고 싶으면 책임지고 제자 4명을 취업시키거나 국책 연구용역을 따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초빙이나 겸임교수는 전임교수에 비해 인건비 부담도 적고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해 홍보효과도 좋아 대학들이 많이 선호한다. 그러나 불황으로 청년 취업률이 급감하면서 사회 경력이 많고 인맥도 넓은 50대 안팎의 초빙교수 겸임교수를 학생들의 취업 민원 창구로 활용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1년 단위로 재임용하는 초빙교수의 평가항목 가운데 ‘학생지도 분야’가 있는데 지도학생들의 취업률로 이 항목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학생들의 취업 대비를 위해 교수직을 만든 대학도 있다. 울산대는 2006년부터 주로 기업의 전직 임원 출신 30명을 산학협력 교수로 영입했다. 매주 3시간 정도 강의를 하는 이들 교수의 주요 업무는 학생들의 취업 준비 및 알선.

이 대학 관계자는 “산학협력교수들은 기업체에 탄탄한 인맥을 갖고 있는 데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꿰뚫고 있어 학생 취업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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